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사진=연합뉴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를 두고 두 재판부의 해석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SK 주식 중 3분의 1을 노 관장의 몫이라고 판단해 1심의 재산분할금 액수의 14배가 넘는 9440억 원으로 산정했다.
다만 노 관장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의 기여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법원 환송 취지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이 SK그룹에 지원했다는 300억 원은 불법 비자금인 만큼 재산 형성 기여나 재산 분할 비율 산정에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주식 재산 가액은 환송 전 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환송심 진행 중 SK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상장주식은 변동성이 큰 자산인 만큼 이를 재산가액에 다시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주가 상승은 재산 분할 비율을 정하는 데 참작했다.
특히 최 회장이 SK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노 관장 몫은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상 분할’ 방식을 택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의 주식을 그대로 분할하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명했는데, 업계에선 최 회장이 보유한 비상장사 SK실트론 지분을 처분하거나 지주사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지주사나 우량 자회사의 배당을 늘려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재판부는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도 덧붙였다.
가사 사건 판결은 양측이 판결문을 송달받은 뒤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연간 472억 원, 한 달 39억 원, 매일 1억3000만 원에 달하는 지연 이자가 생길 수 있다.
이혼·상속 전문 신은숙 변호사는 이날 KBS1 ‘사사건건’에서 “(이혼 소송 중 재산 분할 비율을 산정할 때) 기여분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은 결혼 연차”라며 “두 분은 1988년도에 결혼해서 이혼 소송 제기될 때까지 30년을 살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 50% 기여를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은 10년 차를 넘어서면 5대 5에서 시작해서 가감하는 형식을 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다른 이혼이나 재산 분할 소송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불법 원인 급여’를 언급했다.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불법 자금이므로 SK에 유입됐다고 해도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신 변호사는 “‘저 사람이 도박에 쓴다고 해서 돈을 빌려주면 불법적인 방법에 쓴다는 걸 알고 돈을 줬기 때문에 다시 돌려달라는 말을 못 한다’는 게 기존의 대표적인 불법 원인 급여였다. 그런데 이 사안은 남편이 사업하겠다고 해서 돈을 준 것까지는 불법이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친정아버지가 형성한 재산이 불법이기 때문에 최 회장한테 전달된 것까지도 불법성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라며 “이 부분과 관련해서 상당히 논란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 후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최 회장은 지금까지 과정에서 많은 분에게 심려를 끼친 데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