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사 중사입니다" 사칭해 수천만원 가로챈 40대 남성의 최후

사회

뉴스1,

2026년 7월 25일, 오전 06:00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수도방위사령부 중사입니다.
전투식량 대리구매해 주시면 차액은 가지셔도 됩니다"
지난해 3월 3일 40대 남성 A 씨는 피해자 B 씨에게 전화해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최 모 중사라며, 전투식량 납품처에 전화해 가격을 물어보고 먼저 구매 대금을 치러 주면 차액을 주겠다는 거짓말이었다.

A 씨는 B 씨에게 "원래 전투식량을 C 과장에게 16만 5000원에 납품받았는데, 가격이 올라 이제 18만 원을 달라고 한다. 중간 유통업자라고 말하고 가격을 다시 물어봐 달라"며 C 과장의 연락처를 전달했다.

하지만 C 과장에게 건 전화 역시 A 씨가 받았다. A 씨는 이번엔 C 과장을 사칭하며 "군부대에는 18만 원에 주는 물건인데 첫 거래이니 12만 원에 드리겠다"고 거짓말했다.

이를 들은 B 씨가 최 중사로 알고 있는 A 씨에게 다시 전화하자 그는 "우리는 가격이 정해져 있으니 그대로 16만 5000원에 매입을 하겠다. 차액은 가지시라"고 했다.

A 씨는 B 씨의 대리구매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지만, 속아 넘어간 B 씨는 다음날인 4일부터 이틀에 걸쳐 전투식량 구매 대금 명목으로 총 7560만 원을 이체했다. A 씨는 피해금을 그대로 가로챘다.

A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4년 11월부터 12월 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대출 광고를 보고 알게 된 사기 범죄 조직원 D 씨로부터 대출이 가능하다는 솔깃한 제안을 듣고, 가상화폐와 연동된 가상계좌에 B 씨에게 가로챈 금액을 이체하기로 한 것이다.

D 씨는 대출업자를 사칭하며 A 씨에게 "현재 신용 회복 중이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대출이 불가하고, 창업이나 사업자 대출은 가능하다"며 "계좌로 돈이 들어오면 가상화폐 거래소에 재이체해 돈을 충전한 뒤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구매해 알려주는 지갑 주소로 보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이 제안을 승낙했고, B 씨로부터 편취한 금액이 자신의 계좌로 나뉘어 들어올 때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상계좌로 돈을 재이체했다. 이후 D 씨의 지시에 따라 이체된 피해금 중 7550만 원을 이더리움으로 구입한 후 가상화폐 지갑 주소로 전송해 줬다.

하지만 이는 모두 대출업자를 사칭한 D 씨가 판을 짠 사기 범행의 일환이었다. 결국 A 씨는 이들의 범행을 도운 격이 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추진석 판사는 지난 14일 사기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범행 완성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행위를 했기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으며, 보이스피싱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했다고 보긴 어렵고 방조에 그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A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15일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검찰 역시 뒤이어 항소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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