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 GPT)
저는 결혼한 지 석달 만에 임신을 했고, 남편은 그때부터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 명의로 은행 대출을 받아달라고 했습니다. 남편의 압박에 못 이겨 저는 은행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아 주고 또 카드론으로 천만 원을 대출받아 사업자금으로 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남편은 대부업체에서 1000만 원을 빌리려고 하는데 연대보증인이 필요하다고 저를 끈질기게 설득해서 제가 연대 보증을 서기도 했습니다. 저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제 월급으로 대출 금리와 생활비를 부담했죠.
저희에게 딸이 생겼지만 남편의 돈 압박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제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만들어 달라고 해 싫다고 했더니 제 뺨을 심하게 때려 고막이 터졌습니다. 그 일 이후 저는 딸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왔고 이혼을 생각 중입니다. 하지만 재산이라곤 빚밖에 없고 제 명의로 된 남편의 빚까지 떠안게 될까 두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될까요?
- 이혼할 때 채무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나요?
△백수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채무도 재산분할 과정에서 함께 고려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우자의 모든 빚을 부부가 무조건 나누어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부부 중 한 사람이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라도 주택 마련이나 생활비 등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발생한 채무, 공동재산을 형성하거나 유지하는 과정에서 생긴 채무 또는 그 채무로 얻은 경제적 이익이 가정에 돌아간 경우에는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배우자의 개인적인 사업을 위해 발생한 채무로서 가정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사용되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배우자의 개인 채무로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단순히 혼인 기간 중 발생한 채무라는 사정만으로 부부가 함께 부담해야 하는 공동채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 사연자는 이혼할 때 남편의 채무까지 부담하게 될까요?
△백수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사연의 경우라면 남편의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 자체를 아내가 함께 부담하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다만 아내 명의로 직접 대출을 받거나 연대보증을 선 부분은 별도로 살펴봐야 합니다. 은행에서 받은 5000만 원의 대출과 카드론 1000만원은 실제로 남편의 사업자금으로 사용되었더라도 금융기관과의 관계에서는 아내가 채무자입니다. 따라서 이혼이나 재산분할이 이루어지더라도 금융기관은 여전히 아내에게 대출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연대보증을 선 채무 역시 이혼만으로 보증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주채무자인 남편이 갚지 않으면 채권자는 아내에게도 변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혼소송에서는 해당 대출금이 남편의 사업을 위해 사용됐고 남편의 요구나 강요로 아내 명의의 대출이 이뤄졌다는 점을 입증해 그 채무는 최종적으로 남편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대출금의 사용처뿐만 아니라 남편의 사업 수익이 생활비나 공동재산 형성에 사용됐는지도 함께 고려됩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법원은 재산분할 과정에서 어느 배우자가 채무를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 이혼 후 남편이 채무를 갚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백수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이혼소송이나 재산분할 과정에서 남편이 해당 채무를 부담하기로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은행이나 카드회사에 대한 채무자가 남편으로 변경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출 명의자가 아내라면 금융기관은 여전히 아내에게 대출금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연대보증 역시 채권자가 보증 해제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이혼만으로 책임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즉, 부부가 ‘앞으로 남편이 갚는다’고 합의하거나 법원이 부부 사이의 채무 부담관계를 정하더라도 그 효력이 금융기관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남편이 약속대로 채무를 갚지 않아 아내가 대신 변제했다면, 아내는 판결이나 합의 내용에 따라 남편에게 그 금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남편에게 재산이나 소득이 없다면 실제로 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혼 당시 채무 부담에 관한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하고, 집행력이 있는 조정조서나 공정증서 등의 형태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 사연자는 이혼소송에서 남편의 채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백수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아내 명의의 대출금이 남편 사업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대출 실행 내역, 남편이나 사업체 계좌로 송금한 자료,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문자와 통화 녹음, 남편이 갚겠다고 약속한 자료, 아내가 이자를 낸 내역 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혼소송에서는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채무가 실질적으로 남편을 위해 발생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재산분할 금액을 정할 때 아내가 부담한 채무가 반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남편이 갚기로 한 구체적인 약정이 있다면 재산분할과 별도로 대여금이나 구상금 청구가 가능한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남편이 갚는다’는 정도로 합의해서는 안 됩니다. 어느 금융기관의 어떤 채무를 누가 부담하는지, 원금과 이자를 언제까지 어떻게 변제할 것인지, 남편이 갚지 않아 아내가 대신 변제한 경우에는 이를 어떻게 정산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조정조서나 공정증서처럼 강제집행이 가능한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만 이러한 합의나 판결이 있더라도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자가 자동으로 변경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금융기관과 채무인수나 보증 해제 여부를 별도로 협의할 수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6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