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쯔' 안 하면 돈 못 벌지"…'성매매 창구' 된 메이드카페

사회

뉴스1,

2026년 7월 26일, 오전 05:30

민하 씨가 일한 부산의 한 메이드카페의 모습. 메이드들이 손님과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고 있다.(인터뷰이 제공)
"네가 왜 수익이 잘 안 나오냐고? 너는 '섹쯔'를 안 하잖아." 2025년 부산 서면의 한 메이드카페. 메이드복을 입고 앉아있던 서민하 씨(가명·여·20)는 손님의 한마디에 순간 놀라 할말을 잃었다. 손님을 응대하면서 '생각했던 것만큼 수익이 안 나온다'는 가벼운 고민을 털어놨더니, 손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을 내놨다. "섹쯔를 해야 수익이 따르지. 큰손들한테 DM부터 넣어봐."

민하 씨도 섹쯔라는 걸 들어보지 못한 건 아니었다. 섹쯔는 메이드카페 업계에서 '메이드와 성관계하는 것'을 부르는 은어다. 일본어 '츠나가리'(つながり·관계)에서 비롯된 말로, '쯔'라고 줄여서 쓰기도 한다.

'메이드카페에서 웬 성관계냐'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메이드카페에 자주 가는 손님들이나 메이드들에게 섹쯔는 친숙한 단어였다. 손님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쯔'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단순히 '쯔하고 싶다'는 내용을 넘어 특정 메이드의 이름을 언급한 성희롱성 게시물들이 다수 검색됐다.

민하 씨 또한 일을 하면서 손님들한테서 은근하게 섹쯔 제의를 여러 번 받았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학창 시절부터 일본 서브컬쳐에 관심이 많아서 지원한 메이드 일이었지, 성을 파는 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관계를 안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없다, 너같이 일하는 메이드 없단 식의 손님의 말에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굳어진 민하 씨에게 손님은 분위기를 푼답시고 이렇게 덧붙였다. "아니면 노출 있는 옷을 입어봐.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노출이 있는 옷을 입어야 해. 넌 좋은 무기를 갖고 있는데 왜 그걸 안 꺼내?" 당연하다는 듯한 손님의 말에 혼란스러웠던 서 씨는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챗GPT 활용한 AI 이미지

"돈만 주면 섹쯔할 거잖아" 메이드가 성관계 거부하면 스토킹도
2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다수 근무하는 메이드카페에서 손님들이 성관계, '섹쯔'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관계가 아니더라도 연애를 요구하는 등 사적 관계를 원하는 손님들이 나이 어리고 사회초년생인 메이드들을 압박하기도 한다.

하녀복을 입은 메이드들이 손님을 응대하는 '메이드카페'는 2023년부터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부산 부산진구 서면 등의 도심 한복판에 생기기 시작했다. 일본 코스프레, 애니메이션, 만화, 패션 같은 서브컬쳐를 좋아하는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 메이드로 일하고 있다.

처음엔 미디어에서 잘 알려진 것처럼 단순히 메이드들이 음식 앞에서 '오이시쿠나레'(美味しくなれ·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워주는 정도의 접객이었지만, 유흥업소화된 가게들이 속속 늘어났다.

섹쯔는 음지화된 메이드카페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제다. 기본적으로 섹쯔는 금전적 대가를 전제로 한다. 다만 성관계 후 바로 이에 대한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는 기존의 성매매 방식과는 달리, 메이드카페에서 돈을 쓰는 것을 암묵적인 금전적 대가로서 성관계를 한다. 즉 메이드들에게 손님들이 자신이 '단골'이 되겠다고 약속하는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 업계에서 섹쯔가 만연한 것은 메이드카페 자체가 단순 음식점 아르바이트와는 달리, 단골을 만들고 지명(초이스)받아야 돈을 많이 버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큰 손' 손님들이 '체키'(사진 촬영), 라이브 등을 구매해야 메이드에게 인센티브가 떨어진다.

민하 씨는 "성관계 자체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기보단, 성관계를 해준 손님이 메이드카페에 와서 체키(사진촬영)를 더 살 거란 전제로 섹쯔가 이뤄진다"며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메이드가 손님의 제안을 받아주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직원'으로 취급하거나, 물리적으로 위협하는 등 난동을 피우고 스토킹하기도 한다. 손님을 응대하는 메이드들의 몸을 동의 없이 만지고, 노골적으로 "어차피 돈만 주면 한 번씩 해주는 애들 아니냐"며 성관계를 요구하는 손님도 있다.

부산 소재 메이드카페에서 일한 또 다른 메이드 한주연 씨(가명·여·19)는 지난해 손님으로부터 "얼마 줄 테니까 한 번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연 씨는 "성매매업소에 온 것마냥 저를 만지려 하는 손님도 있었고, 싫다는데 계속 만나자고 하는 분도 있었다"며 "어차피 너희는 돈 주면 해주는 애들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1년 정도 메이드카페를 다닌 서지웅 씨(가명·남·21)는 '성관계를 원하는 손님이 몇 명 정도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10명 중 9명은 원할 것"이라며 "메이드카페를 다니는 단골층들은 그냥 메이드와의 성관계를 다 원한다고 보면 된다. 기회가 오냐, 안 오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사장은 알면서도 모른 척…"성관계 거절 힘든 10대 청소년 취약성 이용"
더 큰 문제는 메이드카페에서 일하는 이들 중 다수가 10대의 미성년자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민하 씨가 일하던 A 메이드카페는 고용된 메이드의 50%가 미성년자였다. 서울·부산 등의 주요 메이드카페 SNS에선 앳된 얼굴의 미성년자 메이드들이 수위 높은 복장을 한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사업주들은 손님의 제안으로 미성년자 및 20대 초반 메이드들이 성관계를 맺는 걸 알면서도 묵인하는 분위기다. 민하 씨는 "이런 문제를 모르는 사업주들은 없는데, 오히려 '저 매장은 메이드가 섹쯔해주는 곳'이라는 소문이 나면 손님이 더 오니까 반기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어리고 사회 경험이 적은 어린 여성 메이드들은 성인 남성들이 요구하는 성적 관계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메이드카페에서 일하는 메이드들 중에선 가정환경이 좋지 않거나 경제적·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다. 성인의 성관계 제안으로부터 보호해 줄 보호자가 마땅찮다는 뜻이다.

청소년 성폭력 예방 전문기관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소년들이 취업할 곳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손님들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기도 힘든 데다가, 업주가 암묵적으로 성관계를 권장할 가능성이 있어 더더욱 취약한 지위에 놓인다"며 "미성년자를 고용할 수 있는 메이드카페에서 술을 따라주고 대화를 나누는 게 노동에 포함된 것 자체가 유해하다"고 지적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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