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의 이유만으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이미 증여한 부동산을 되돌려받을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A 씨가 "이미 증여계약이 이행된 부분에 대해 '해제 제한 조항'을 둔 민법 제558조는 위헌"이라는 취지로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지난 23일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A 씨는 2008년 11월 본인과 함께 사는 조건으로 아들에게 토지를 증여했다.
A 씨는 아들과 갈등이 발생하자, 2023년 1월부터 따로 살기 시작했다. A 씨는 그간 아들이 구박과 학대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A 씨는 아들에게 증여한 토지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소를 기각했다.
또 법원에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기각되자, 2023년 9월과 11월에 관련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민법 558조(해제와 이행완료부분)는 '계약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즉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자의 해제권을 인정하는 민법 제556조 1항 2호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 관련 해제 제한 조항을 둬 '이미 이행된 부분'에 대해서는 해제권 행사의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헌재는 "부양의무 관련 해제 제한 조항이 없을 경우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자는 언제든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며 "증여의 이행과 부양의무의 이행이 실질적으로 결부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그러한 행위가 도덕적·윤리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수증자의 도덕적·윤리적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법적 책임의 영역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법론적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아울러 반환 범위를 현실적으로 정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에 맞추어 적정한 반환 범위를 정하는 입법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법원이 재판에서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 반환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의 경우에도 그 기준 산정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법원의 심리 부담이 가중된다"고 했다.
민법에서 증여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을 이미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헌재는 "민법 제974조와 제978조는 부양의무와 부양의 정도, 방법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고 증여자가 수증자를 상대로 부양료 청구를 할 수 있는 이상 증여자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짚었다.
헌재는 증여자의 재산 상태가 변동돼도, 이미 이행된 증여에 대해선 해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증여자의 재산 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생계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증여자의 해제권을 인정하게 되면 증여 계약이 이행된 상태를 기초로 경제생활을 하고 있던 수증자가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증자로서는 자신의 지배 범위 밖에 있는 증여자의 재산 상태를 알 수도 없으므로 수증자의 법적 지위가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증여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미 이행된 부분은 증여자의 증여 의사가 분명히 드러남과 동시에 증여가 경솔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다만 김상환·김형두·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부양의무 관련 해제 제한 조항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동일한 규범 체계를 가진 국가들과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인 입법으로 부양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증여자가 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은 수증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증여자의 해제권 행사가 수증자에게 불측의 손해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부양의무 불이행의 상황에서 증여자가 아닌 수증자를 보호하는 것은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의 이행을 중시하는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과 윤리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doo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