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 © 뉴스1 박세연 기자
검사의 공소제기 취지가 명료하지 않다면 법원은 반드시 '석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석명이란 재판부가 검사와 피고인에게 명확하지 않은 점에 대해 입증을 촉구하는 절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5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휴대전화 판매업을 하던 A 씨는 2023년 2월과 같은 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통신사 가입자에 대한 개인정보처리 업무를 담당하던 B 씨에게 "통신사 조회시스템을 이용해 전화번호를 조회한 뒤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A 씨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인 전화번호를 제공받았다.
1심은 지난 2024년 10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2심은 지난 1월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것에 대한 불쾌감뿐만 아니라 자신의 개인정보가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크게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소장 기재 내용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해 공소제기 취지가 명료하지 않은데도 검사에게 석명을 구하지 않고 판단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A 씨 공소장에는 '개인정보처리자가 동의 없이 제공된 정보임을 알면서 제공받은 사람'을 처벌하는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1호, 제17조 제1항 제1호 위반죄로 공소가 제기됐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이와 동시에 정보를 제공한 B 씨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라는 점을 전제로 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법원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한다는 사정을 알면서 영리·부정한 목적으로 제공받은 사람을 처벌하는 구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 위반죄로 볼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소장 기재 내용에 관한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해 공소제기의 취지가 명료하지 않고 그로 인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이 초래될 수 있는 경우라면 원심은 '어느 죄로 공소를 제기하는 것인지'에 관해 석명을 구하고 그에 따라 공소제기의 취지가 명료해지면 거기에 맞춰 범죄구성요건 충족 여부를 심리한 후 유·무죄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석명과 심리 없이 1심의 유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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