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소아 뇌종양 치료기준, 한국이 만든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29일, 오전 09:54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아시아 여러 나라와 손잡고 희귀 소아 뇌종양 치료의 국제 기준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환자가 적어 연구가 어려운 희귀암의 한계를 국가 간 협력으로 극복하면서, 한국과 아시아의 치료 경험이 세계 치료지침의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주영 국립암센터 희귀·소아암연구과 교수(사진=국립암센터)
김주영 국립암센터 희귀·소아암연구과 교수(사진=국립암센터)
국립암센터는 희귀·소아암연구과 김주영 교수 연구팀이 대만·싱가포르·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 공동연구 체계를 구축해 희귀 소아·청소년 뇌종양인 ‘중추신경계 생식세포종양(CNS GCT)’ 치료 기준 마련에 기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중추신경계 생식세포종양은 뇌 속에서 생식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 생기는 희귀암이다. 국내에서는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가 매년 60~70명, 성인까지 포함하면 약 100명이 새롭게 진단된다. 특히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서구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귀암은 환자 수가 적어 한 나라나 한 병원만으로는 충분한 연구가 어렵다. 이에 연구팀은 한국을 중심으로 대만과 싱가포르, 일본 등 연구기관과 협력해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치료받은 환자들의 진료기록을 모았고, 2022년에는 아시아 4개국 8개 기관에서 치료받은 약 800명의 환자를 분석한 공동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는 아시아 최초의 다국가·다기관 중추신경계 생식세포종양 공동연구로, 희귀암 분야에서도 아시아가 독자적인 국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연구를 계기로 김 교수는 유럽종양학회(ESMO) 교육 프로그램과 독일 국제 CNS GCT 콘퍼런스, 국제소아신경종양학회(ISPNO) 등 세계 학회에 잇따라 초청돼 한국과 아시아의 치료 성과를 소개했다.

세계 학계가 아시아 연구에 주목하는 이유는 장기간 치료 성적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 질환은 치료 후 5년 생존율이 80~90%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환자의 약 20%는 치료를 마친 뒤 5~10년이 지나 재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치료 효과뿐 아니라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중앙 추적 관찰 기간이 9년에 달해 재발 위험과 장기 치료 성적을 분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국립암센터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단순히 생존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 복귀와 사회생활, 취업, 결혼과 출산, 인지 기능 등 장기 생존자의 삶의 질까지 반영한 치료 기준을 마련하는 데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국내 환자의 약 3분의 1이 30세 이상 성인인 것으로 확인돼 성인 환자를 위한 치료 전략도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향후 국제 치료 기준에 정확한 진단법과 적절한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기준, 치료 후 10년 이상 장기 추적관리 체계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주영 국립암센터 희귀·소아암연구과 교수는 “세계 학회에서 아시아의 임상 경험을 중요한 근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아시아 연구 네트워크를 확대해 치료 성적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까지 아우르는 치료 기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희귀암은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연구에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며 “한국이 중심이 돼 아시아 연구 역량을 모으고 이를 세계 치료 기준으로 발전시킨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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