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요구권 실질화·'사실관계 확인' 신설…법조계 "실효성 없어"

사회

뉴스1,

2026년 7월 29일, 오후 03:23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6.7.29 © 뉴스1 김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최종 도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검사가 사법경찰의 보완수사 요구 이행 여부를 상시 관리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전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의견을 듣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대신 보완수사 요구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소와 공소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신설하는 '보완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사법 공백을 막긴 역부족"이라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보완수사 요구 이행 '이중장치'…검사 '사실관계 확인'도 신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검사를 수사 주체에서 제외해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대안'(법사위원장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개정법 시행일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이 출범하는 오는 10월2일이다.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한 제196조를 삭제했다. 검사의 직접·보완 수사권을 모두 폐지하고, 수사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한 것이다. 대신 보완책으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및 사법경찰에 대한 통제는 현행법보다 구체화했다.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사법경찰은 1개월 안에 수사를 마쳐야 하며 1회(1개월 범위) 연장할 수 있다. 검사의 판단으로 보완수사 기간을 별도로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검사는 적정한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상급 수사기관 또는 다른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거부할 여지도 크게 줄였다. 현행법은 사법경찰이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이 문구를 삭제해 강제성을 부여했다. 공소청장은 수사 과정에서 비위가 발견된 경찰에 대한 징계도 요구할 수 있다.

경찰 보완수사에 대한 검사의 '관리 책임'도 생긴다. 검사는 보완수사를 요구한 경우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의 사건번호를 유지하는 등 보완수사의 이행 여부를 관리해야 한다.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를 거부할 수 없고, 검사도 보완수사 진척 과정을 챙기는 '이중 장치'를 만든 것이다.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 절차도 신설된다. 검사는 공소제기 또는 공소유지, 재수사 요구 여부를 결정하기 전 필요에 따라 피의자, 사건관계인, 전문가, 사법경찰을 면담해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다. 단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확보한 진술·자료는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날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보완수사권 존치가 당론인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나설 경우, 민주당은 24시간 뒤인 31일 종결 표결하고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수 국민의힘 간사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영교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6.7.29 © 뉴스1 신웅수 기자

"수사권 뺏고 책임만 부여?…검사 '법왜곡죄' 휘말릴 수도"
민주당과 법조계의 시각차는 극명하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검사의 보완수사권를 폐지한 대신 보완수사 요구의 실효성을 높여 제도적 균형을 맞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와 학계에선 "수사 지연과 피해자 고통만 극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부장검사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한 뒤 사건번호를 유지하며 관리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 "검사의 수사권은 모두 없애면서 보완수사 요구 사건에 대한 책임만 지우는 구조"라며 "검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경찰에 사건을 빨리 처리해 달라고 재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관계 확인' 조항도 논란거리다. 검사가 확보한 진술·자료를 증거로 쓸 수 없다면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밟을 실효성이 없고, 나아가 공소청 검사가 증거능력 없는 진술을 토대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법왜곡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관계 확인 조항은 지난 5월 국무조정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형사소송법 개정안 정부안을 설계하던 당시 물밑에서 고민하던 개념이다. 당시 사실관계 확인 외에도 '보완조사권', '기소 전 준비절차', '행정조사' 등 다양한 이름으로 거론된 바 있다.

피해자나 고소인도 피곤해진다. 한 부장검사는 "검사가 고소인을 면담(사실관계 확인)해서 어떤 문제를 발견했다면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해야 한다"며 "고소인 입장에선 경찰, 검찰, 경찰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진술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인 장형수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도 "(사실관계 확인 결과를) 증거를 쓸 수 없다면 진위 다툼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걸 굳이 (확인)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근원적 의문이 든다"며 "적극적인 활용도는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는 이 밖에도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하는 사유로 '중대한 위법수사' 조항을 신설한 제327조 △압수 등 강제수사 전 과정을 영상 녹화하도록 의무화한 제220조의2 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절차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할 수 있고(327조), 수사 실무상 실효성이 떨어진다(220조의2)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이에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기 직전 입장문을 내고 "1차 수사기관의 수사 내용에 대한 검사의 실효적인 점검·보완·시정 기능이 사라진다면, 진실은 은폐되고 그 피해는 국민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법안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 실효성 저하'에 대한 우려만으로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막아설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판사 출신으로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지낸 한동수 변호사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은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이 아니라 권한 집중을 방지하고 적법절차와 인권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개혁"이라며 "전문성과 신속성만으로 직접수사권을 유지할 이유가 되기 어렵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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