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들고 올라간 사이 9만원?…이륜차 불법 주정차 과태료 신설 논란

사회

뉴스1,

2026년 7월 30일, 오전 05:40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오피스텔 옆 도로에 오토바이와 택배 트럭이 나란히 주차돼 있다. 2026.7.29 © 뉴스1 권준언 기자
"택배 트럭은 그래도 사람들이 이해라도 해 주죠, 오토바이 딱지 끊는다고 하면 신고 엄청 들어올걸요?"(배달 노동자 A 씨)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오피스텔 앞. 배달 노동자 A 씨는 도로 가장자리에 오토바이를 세운 뒤 배달 음식을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A 씨가 고객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다시 오토바이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7분 50초였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오토바이 등 이륜자동차의 불법 주·정차에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한 경찰청의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 수렴이 전날(29일) 마무리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운전자가 현장에 없더라도 사진이나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차량 소유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배달원이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잠시 건물 안에 들어간 사이에도 주민 신고 등으로 단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경찰은 배달 라이더를 겨냥한 단속은 아니라며 라이더 업계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주차 유예시간과 장소 등 세부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운전자 없어도 차주에게 최대 9만 원 과태료
경찰청이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이륜차가 주·정차 금지구역을 위반하면 일반 지역에서 3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안전표지가 설치된 소방시설 주변과 노인·장애인보호구역에서는 6만 원,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9만 원이 부과된다. 같은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위반하면 1만 원이 추가된다.

이륜차의 불법 주·정차가 새롭게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으로도 경찰이 현장에서 운전자를 확인하면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다만 시행령에는 이륜차의 주·정차 위반 과태료가 규정돼 있지 않아 운전자가 현장을 떠난 경우 차량 소유주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

경찰은 이번 개정을 통해 이 같은 '입법 공백'을 해소하고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이륜차의 불법 주·정차를 제재할 수단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배달 노동자들이 문제 삼는 것은 배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단시간 주차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받거나 고객에게 전달하려면 오토바이를 세운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운전자가 차량을 떠나 즉시 운전할 수 없는 상태를 주차로 본다. 이에 따라 배달원이 오토바이에서 내려 음식점이나 공동주택 안으로 들어가면 세워둔 시간이 짧더라도 정차가 아닌 주차로 판단될 수 있다.

배달 시간도 장소와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음식점의 조리가 늦어질 수 있고, 일부 공동주택에서는 오토바이 진입을 제한해 라이더가 단지 입구부터 걸어가야 한다. 고층 건물에서는 승강기를 기다리고 오르내리는 시간까지 더해진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사륜차와 같은 기준으로 5분이나 10분을 임의로 정해서는 배달 현장을 반영할 수 없다"며 "음식 수령부터 고객 전달까지 실제로 걸리는 시간을 조사한 뒤 주차 유예시간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더단체 '배달용 번호판' 제안…경찰 "세부 기준 논의"
라이더유니온은 모든 이륜차에 주차 유예를 적용하는 데 따른 논란을 줄이기 위해 배달용 이륜차에 별도 번호판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일반 이륜차와 배달 차량을 구별한 뒤 일정한 안전·소음 기준을 지키는 차량에만 주차 유예를 적용하자는 취지다. 별도 번호판이 있으면 단속기관도 시민 신고가 접수된 차량이 실제 배달 중이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 위원장은 "배달용 번호판을 도입하면 단속기관이 실제 배달 차량인지를 바로 구분할 수 있다"며 "주차 유예와 함께 소음과 안전 문제까지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보행자의 통행을 막거나 위험을 유발하는 불법 주·정차는 제재하되, 배달 등 생업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주차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구체적인 기준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라이더 단체를 비롯한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주·정차 단속 권한을 가진 지자체의 의견도 함께 수렴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주차 유예시간과 장소, 시민 신고 처리와 단속 방식 등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배달 라이더를 겨냥한 단속이 아니라 보행자의 불편과 위험을 초래하는 불법 주·정차를 막으려는 취지"라며 "배달 등 생업에 필요한 부분은 업계와 지자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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