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도서관 투어' 떠나는 시민들…"에어컨 아래서 텍스트힙"

사회

뉴스1,

2026년 7월 30일, 오전 06:20

29일 서울 중구 손기정문화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는 모습. 2026.7.29 © 뉴스1 신윤하 기자
"집에서 에어컨 트는 것보단 도서관이 훨씬 쾌적하고 좋아요."
오랜 시간 지루한 이미지였던 도서관이 최근 들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폭염에 집 밖으로 나온 시민들이 카페 대신 저렴하게 여가를 즐기는 장소로 도서관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원한 실내를 찾는 여름에 '텍스트힙' 열풍이 겹쳐 이색 도서관을 찾아다니는 '도서관 투어'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손기정문화도서관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폭염을 피해 독서를 하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1·2층 도서관의 100여개 좌석이 전부 들어찰 정도였다.

손기정문화도서관은 '북캉스'(Book+Vacance) 장소로 SNS에서 입소문이 났다. 자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일반 도서관과는 달리 소파 좌석과 숲 경치를 볼 수 있는 자리 등 다채롭게 꾸며져 있어 복합 공간 같은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날 손기정문화도서관에는 여름이 되면서 본격적인 북캉스 장소로 도서관을 택했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손기정문화도서관은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쉬어갈 수 있는 '무더위쉼터'로도 지정돼 있다.

양지인 씨(25·여)는 "좁은 자취방에서 에어컨을 계속 켜니까 전기세도 아깝고 답답해서 도서관에 나왔다"며 "도서관이 넓어서 쾌적한 데다가, 카페처럼 몇 시간에 한 번씩 음료를 사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들지도 않아서 좋다"고 했다.

책을 읽지 않고 노트북을 이용하거나 휴대전화를 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던 김창호 씨(69·남)는 "밖에 나가면 젊은 사람들 쓰는 카페밖에 없는데, 나 같은 나이 든 사람들은 가기 민망하다"며 "무더위쉼터라고 해서 도서관에 와봤는데 조용하게 쉬다 가기 좋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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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문화도서관 이외에도 도심 속 유명한 도서관들은 '도서관 투어'를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SNS에선 '북캉스 떠나기 좋은 도서관'을 소개하고, "도서관도 '핫플'이라 오픈런 해야 한다는데" 등 도서관 투어에 나선 시민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도서관의 인기는 실내를 찾는 여름이란 계절적 특수성에, 최근 청년층 사이의 '텍스트힙' 열풍이 더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텍스트힙이란 글을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지다'를 의미하는 '힙(Hip)하다'가 합쳐진 말로, 독서를 멋지게 여기는 문화를 말한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75.3%로, 2023년 74.5%보다 0.8%p 상승했다. 전 연령대 가운데 독서율이 오른 것은 20대가 유일했다.

이날 도서관을 찾은 김원아 씨(30·여)는 "20대에 취업하고 나서 독서를 한동안 못하다가 최근에 친구들과 독서 모임을 만들어 다시 독서도 시작하고 도서전도 방문했다"며 "이번 주 연차를 냈는데 너무 더워서 바닷가 가기도 무섭길래 그냥 도서관에 놀러 왔다"고 했다.

한편 광화문 교보문고도 오전부터 더위를 피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시민들로 가득했다.

오전 10시 30분 기준 '카우리테이블'은 빈자리 없이 채워져 있었다. 카우리테이블은 2015년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설치된 대형 독서용 탁자로, 20여명이 앉을 수 있다.

주부 정연수 씨(42·여)는 "요즘 집에선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다 보니 '이럴 거면 서점 가서 책 구경도 하고 시원하게 있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며칠 전 별세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작품을 모아둔 코너도 있다고 해서 구경할 겸 나왔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책을 읽고 있다. 2026.7.28 © 뉴스1 오대일 기자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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