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 아닌 법리로"…형사법 교수 62인, 檢보완수사권 폐지 규탄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30일, 오후 04:07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전국 형사법 전공 학자 62명이 검사의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하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정면으로 겨냥해 “충분한 숙의 없는 ‘속전속결’ 개혁”이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30일 발표한 의견서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반대하면 정치적 진영이 달라서 그렇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문제 삼으며 검찰개혁 논의가 정치공학이 아닌 사법절차의 법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검찰청 전경. (사진=연합뉴스)
검찰청 전경. (사진=연합뉴스)
강동범(이화여대), 김성돈(성균관대), 이상원(서울대), 하태영(동아대) 교수 등 전국 62개 대학·기관 소속 형사법 학자들은 이날 “검찰개혁과 보완수사권에 대한 형사법 전공 학자들의 의견”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다섯 가지 반대 논거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학자들은 먼저 “수사·기소의 분리가 수사·기소의 단절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탄핵주의 관점에서 수사와 기소의 주체를 분리하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권한을 분리하더라도 수사에 대한 검사의 통제는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영장제도와 공소기각, 공판절차에서 법원의 직권조사 등을 통해 법원이 검사의 소추권을 통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를 통제할 장치가 사라진다는 우려도 핵심 논거로 제시됐다. 학자들은 “경찰의 수사에 대한 통제 방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 보완수사, 전건송치 등이 재검토돼야 한다”며 “검사가 경찰 수사를 법률적으로 지휘하는 글로벌 표준이 실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전 정부에서 직접 수사를 일부 유지하면서도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데서부터 검찰개혁의 방향이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며, 수사지휘권 복원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으로라도 보완수사와 전건송치가 이뤄져야 하고 “보완수사 요구권만으로는 경찰의 수사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면 검찰(공소청)이 과거처럼 비대해질 수 있다는 개혁 진영의 우려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학자들은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 사건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검사가 보완수사를 하는 것은 과거 검찰이 무제한적 수사권으로 인지수사 등을 통해 수사권을 남용했던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며 “보완수사권 남용의 위험은 공소청 내 수사인력 제한 등 다른 제도적 장치로 통제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검찰권 남용을 억제할 유일한 해답이 아닐뿐더러 이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의 폐해가 더 크다”고 경고했다.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유지 필요성도 제기됐다. 학자들은 “특별사법경찰은 ‘사법’의 업무를 위임받을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아니라 수사 관련 업무를 예외적으로 담당하는 행정부 공무원들”이라며 “검사의 지휘를 폐지하는 것은 수사과정에서 적법절차 위반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자들은 이번 논의의 정치화 자체를 정조준했다. 이들은 “수사절차는 사법절차인 형사절차의 첫 단계”라며 “검찰개혁과 보완수사권 등 현안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사법절차의 법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완수사권 전면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은 모두 정치적 진영이 달라서 그렇다는 이분법적 사고”라며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충분한 숙의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개혁’ 방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의견서에는 강동범(이화여대)·강수진(고려대)·고명수(서울대)·권오걸(경북대)·김대원(인하대)·김두원(경성대)·김미라(부산대)·김봉수(전남대)·김상현(고려대)·김성돈(성균관대)·김성룡(경북대)·김웅재(서울대)·김정한(영남대)·김정현(부산대)·김지연(서강대)·김한균(형법원)·김혁돈(가야대)·김환권(경희대)·김희균(서울시립대)·도규엽(상지대)·류경은(고려대)·문지선(경북대)·민수영(한국외대)·박상민(한국여성정책연구원)·박세영(한양대)·박용철(서강대)·박재평(충북대)·박정난(연세대)·박찬걸(충북대)·박형관(가천대)·선종수(동아대)·안창인(영남대)·원재천(한동대)·원현호(충북대)·윤소현(건국대)·이경렬(성균관대)·이근우(가천대)·이상원(서울대)·이성대(한세대)·이성민(서울대)·이수진(동서대)·이순옥(중앙대)·이원상(조선대)·이정민(단국대)·이종수(서강대)·이창온(이화여대)·이창원(충남대)·이창현(한국외대)·장성원(세명대)·장진환(형법원)·정승환(고려대)·정종헌(이화여대)·정지훈(부산대)·조지은(영남대)·최민준(이화여대)·최성진(동의대)·최호진(단국대)·하태영(동아대)·하태인(경남대)·한명관(세종대)·허황(동아대)·홍진영(서울대) 교수 62명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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