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 환자 수는 2023년 18만 6,726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17만 5,249명, 2025년 16만 8,043명으로 감소해 2021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이를 반가운 신호로 보면서도, 통계에서 빠져나간 ‘조기 사춘기’ 아이들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성조숙증 환자, 왜 줄었나
최근 2년의 감소에는 크게 세 가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첫째, 소아·청소년 인구 자체의 감소. 저출생으로 대상 연령 인구가 줄면서 환자 수의 절대치도 영향을 받는다. △ 둘째, 진단·급여 기준의 강화. 2025년 1월 성조숙증 주사 치료의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개정되면서, 정상적으로 자라는 아이가 성조숙증으로 오인돼 불필요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걸러졌다. △ 셋째, 예방적 관심 확산. 부모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활습관 관리 등 예방적 움직임이 늘어난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은 “정상적으로 자라는 아이가 불필요한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게 된 것은 분명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진단 기준이 강화되면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아이들이 통계에서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른바 ‘조기 사춘기’에 해당하는 아이들이다.
박 원장은 두 개념을 이렇게 구분한다. “성조숙증은 또래보다 사춘기가 약 2년 빠른 경우, 조기 사춘기는 약 1년 빠른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된 아이는 사춘기를 늦추는 치료로 키가 클 시간을 벌 수 있지만, 조기 사춘기 아이는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오히려 클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진단 기준의 강화가 ‘진짜 성조숙증’에 대한 과잉 치료를 줄이는 효과와 동시에, 경계에 있는 아이들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결과를 함께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주목할 변화, 남아 성조숙증의 꾸준한 증가
성별 데이터는 이 사각지대 문제를 더 뚜렷하게 보여준다. 전체 환자가 감소하는 국면에서도 남아의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남아 환자는 2021년 2만7,254명에서 2025년 3만5,480명으로 5년간 약 30% 늘었다. 같은 기간 여아는 오히려 약 5% 줄었다. △ 전체 환자 중 남아 비율은 2021년 16.4%에서 2025년 21.1%로 상승했다. 5명 중 1명 이상이 남아인 셈이다. △ 2023년 정점 이후 감소기에도 여아는 약 11% 줄어든 반면 남아는 약 6% 감소에 그쳐, 남아의 상대적 비중은 계속 확대됐다.
박 원장은 “남아는 고환이 커지는 초기 신호를 부모가 알아채기 어려워 발견이 늦는 경우가 많다”며 “진료실에서도 최근 키가 안 큰다며 찾아오는 중학교 1~2학년 남학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진료실에서 본 전형적인 사례, “제발 170만 넘었으면”
박 원장이 우려하는 전형적인 경로가 있다. “키가 안 큰다며 오는 중1~2 남학생을 역추적해 보면, 상당수가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이미 사춘기가 진행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초등 4·5·6학년에 사춘기가 왕성하게 진행되고, 중학교 1학년부터는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키가 멈추기 시작하는 것이죠.”
문제는 이 시기를 놓치기 쉽다는 데 있다. “초등 3학년에 사춘기가 시작됐다면 성조숙증으로 진단돼 치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초등 4학년의 사춘기는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5·6학년 때는 또래보다 오히려 커 보이기 때문에 부모가 심각성을 잊고 지내다가, 중학교에 올라가 성장이 둔화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습니다.” 그는 “이렇게 온 아이들의 부모님이 ‘제발 170cm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165cm 전후에서 성장이 멈춰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초등 저학년부터”
박 원장은 성조숙증 여부와 무관하게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 성조숙증 예방을 위한 노력, 소아 비만 예방과 관리,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 환경호르몬 노출 줄이기.
△ 사춘기 진행 여부를 6개월에 한 번씩 확인하기.
△ 성조숙증뿐 아니라 조기 사춘기도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 일찍 자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 무엇보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아이의 성장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
박승찬 원장은 “키는 ‘얼마나 크냐’가 아니라 ‘언제까지 클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성조숙증 통계가 줄었다고 안심하기보다, 진단 기준 밖에 있는 아이들까지 초등 저학년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