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진술·수사 지연에 피해자 고통 커질라…보완수사권 폐지 '그늘'

사회

뉴스1,

2026년 7월 31일, 오후 05:26

국회가 31일 본회의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6.7.31 © 뉴스1 이종수 기자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대신 검사가 사건관계인을만나 의견을 들을 수 있게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법조계에서는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에게 한 진술과 제출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경찰·검찰·중대범죄수사청을 오가며 진술을 반복하는 동안 사건 처리는 늦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거쳐 이날 오후 처리됐다. 개정법 시행일은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하는 오는 10월 2일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는 기소를 결정하기 전 사건관계인 등을 만나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다.

고소인은 검사에게 면담을 신청해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있게 했다. 다만 면담의 수리 여부는 검사가 정하며,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은 재판에서 증거 능력이 없다.

언뜻 피해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조항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조항이 실제적인 구제 효과는 미미한 데 피해자의 절차적 부담만 늘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검사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 절차를 진전시키는 게 아니라, 다시 경찰 조사로 되돌아가는 출발점에 불과하다"며 "국민에게는 헛걸음을, 검사에게는 민원 업무를 추가하는 데 그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사 입장에서 진술 등이)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데 굳이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의문이 든다"며 "적극적 활용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주란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는 "피해자가 검사에게 직접 면담 신청을 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진술 등이) 검사에게 심증이나 참고 자료 정도로만 쓰인다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검찰의 보완수사요구나 재수사 요청에도 경찰이 기존 판단을 유지하면 사건이 두 기관을 계속해서 오가는 '핑퐁' 상황 속에 피해자의 권리 구제는 늦어지고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예원 변호사는 "'검사가 직접 만나 사건을 살펴본다'는 설명을 들으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가 곧바로 사건 처리에 반영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어렵게 피해 사실을 설명하고 자료를 제출하고도 '다시 경찰에서 같은 내용을 진술해 달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피해자는 가장 힘든 경험을 한 번 더 반복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범죄 피해자들을 대리해 온 오지원 법률사무소 법과 치유 대표변호사는 "검사가 공판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수사 충실히 전제돼야 한다"며 "면담 및 사실 확인권처럼 모호하고 의미 없는 권한을 주는 건 피해자들 입장에선 더 시간이 지연되고 헷갈리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정폭력·아동학대·성폭력 등 7대 범죄는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경찰이 아닌 중수청 전담 부서가 맡게 돼, 피해자가 경찰과 검찰을 거쳐 중수청에서도 같은 피해를 또 진술해야 한다.

차장검사 출신 권내건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는 "보완 수사 요구를 받은 중수청 수사관은 사건을 처음부터 새로 검토해야 한다"며 "분량이 많고 복잡한 사건은 기록을 다시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사건들이 있다. 결국 (사건 전체에 드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ark834@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