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의 모습. 2023.5.22. © 뉴스1 신웅수 기자
요사이 TV 채널을 넘기다 보면 유독 피로감을 더하는 단어들이 있다. '검찰개혁', '보완 수사권 폐지' 등이다. 법조 검찰팀에 발령받고 나서 유독 그렇다.
검찰팀에 온 지는 한 달이 조금 넘었으니 익숙함에서 오는 피곤함은 아닌 듯하다. 평소 형사 사법 체계에 관한 강력한 소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내용보다는 전달 방식이 거슬렸던 것 같다.
그 이유를 생각하다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를 찾아보기로 했다. '검찰' 다음으로 많이 들린 단어는 '노무현'이었다.
범여권이 말하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사로 수렴한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의 강압 수사에 시달리다 서거했으니, 검찰 권력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견 타당한 지적이다. 서슬 퍼런 검찰 권력은 유력 진보 정치인을 앗아갔다. 당시 우리 사회는 한 사정 기관에 비대한 권력을 주면 어떠한 부작용이 생기는지를 목도했다.
명분은 타당하다. 그런데 이어지는 주장의 설득력은 부족하다. 검찰의 보완수사로 억울함을 벗은 범죄 피해자들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의 검찰개혁은 피해자를 배제한 채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검찰이 보완수사로 뭉갠 사건도 많다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검찰의 과오'만을 부각한다. 일각에서는 부족한 설득력을 노 전 대통령의 서사로 메우려고 한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검찰개혁 방향성에 문제가 제기되자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했던 비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며 "세부적인 인식의 차이가 검찰의 수사권을 되살리려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학부생 시절 신촌의 중고 서점에서 호기심 반, 지적 허영심 반으로 산 책이 있다. '진보의 미래'라는 노 전 대통령 전집이다. 지적 허영심에 산 책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전집은 10년 가까이 빳빳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다 이 글을 쓰며 서적에 쌓인 먼지를 털고 책장을 펼쳐보았다. 처음 마주한 책 후반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책 속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그리는 이상적인 세상을 국민에게 어떻게 설득할지 골몰했다. 자신과 대척점에 섰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이성적인 정치의 언어를 잃지 않았다.
"한때 감옥을 다녀온 사람들이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각기 역할을 이루려고 했는데, 저항의 시대를 넘어서고 소위 '건설의 시대'로 가니까 바닥이 보이고 한단 말이지요. 지금도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 우리 쪽의 동질감을 만들어 주고, 우리는 착한 사람이고 뭔가 미래를 위해서 기여한 것처럼 하는 분위기가 여전한 것이 현실이에요."
"과거 반독재 구호처럼 한 개인을 타도하는 것, 한 세력을 타도하는 것, 그것이 아니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가고 다음 세기를 지배해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의 가치 체계가 중요한 겁니다."(노무현 저, 진보의 미래, 316쪽)
한 세력을 타도하는 데 머물지 말고 미래의 가치 체계를 고민하라는 그의 당부는, '타도 검찰'에 매몰된 현재의 검찰개혁 청사진을 아프게 찌른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얼마 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은 성역화된 개혁 구호가 아닌 합리적인 개혁안과 설명을 바란다. 감히 짐작건대, 노 전 대통령 역시 맹목적 타도가 아닌 치열한 논쟁과 논리적인 설득을 바랐을 것이다.
minja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