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 하나 놨더니 급여 환수?"…억울함 풀어준 5년차 공익변호사

사회

뉴스1,

2026년 8월 03일, 오전 07:00

정지민 화우공익재단 변호사가 27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화우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최지환 기자
"처음부터 누구나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된 사회를 꿈꾼다" 고액 수임료가 보장된 사건을 좇는 길 대신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는 굳은 의지 하나로 공익 변론을 택한 정지민 화우공익재단 변호사. 올해로 변호사 5년 차에 접어든 정 변호사는 "진심으로 마음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공익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공익변호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학년 재학 당시 참여한 예비법률가 공익인권프로그램이었다. 당시 곳곳의 계단과 거리가 누군가에게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라는 점을 깨닫고 장애인을 대리하는 변호사가 돼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 변호사는 2022년 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에서 공익펠로우변호사로 첫발을 뗐고 2023년 5월 화우공익재단에 합류해 장애인 분야를 중심으로 공익 변론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공익 사건이든 일반 사건이든 중요한 사건이라는 점은 매한가지이지만 공익 사건은 결과가 당사자 한 사람에게 머무르지 않고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회적 약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사건이 사회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한다"고 말했다.

"공익 사건은 당사자 1명 아닌 사회적 약자 전체에 영향"
정 변호사는 공익 변론 현장에서 씁쓸한 현실과 수없이 맞닥뜨린다. 그중 하나가 '장애인활동지원 부당지급급여 환수처분 사건'이다.

장애인 활동지원사 A 씨는 언어장애가 있는 뇌병변장애인 B 씨의 활동보조를 하며 받은 급여 중 약 500만 원에 대해 행정청으로부터 환수 처분을 받았다.

행정청은 A 씨가 B 씨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B 씨 아내 몫의 밥 한 공기와 수저 1개를 함께 놓은 행위를 두고 활동지원 범위를 넘어 가족에게 '별도의 식사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봤다.

또 B 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고객 전화가 왔을 때 의사소통을 어려워하자 B 씨의 말을 전화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도 문제가 됐다. 행정청은 A 씨가 활동지원이 아닌 '생계업무'를 지원했다고 보고 부정한 방법으로 활동지원 급여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정 변호사는 단순히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을 넘어 활동지원서비스와 장애의 특성을 피력했고 결국 행정심판에서 A 씨에 대한 환수처분 취소를 이끌어냈다.

그는 "특정 지자체의 이례적 처분이라기보다 장애인의 삶을 일상생활·사회생활·생업활동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제도로 바라보는 현재 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 수저 한 벌을 더 놓은 행위나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용자의 말을 그대로 전달해 준 것까지 활동지원사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로 보고 환수처분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활동지원사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 주저하게 될 수 있고 결국 그 피해는 장애인 이용자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정지민 화우공익재단 변호사가 27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화우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7.27 © 뉴스1 최지환 기자

전동휠체어 부딪혔다고 과실치상?…"휠체어는 신체 일부"
정 변호사는 5년 차 주니어 변호사이지만 누구보다 공익변론에 진심이다. 첫 공익변론으로 무죄를 이끌어낸 '전동휠체어 과실치상 기소 건'은 정 변호사의 마음 깊이 남아있다.

이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던 장애인 C 씨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보행자와 충돌해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C 씨는 최저속도에 가깝게 일직선으로 주행하는 등 형사처벌을 받을 만한 과실이 없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전동휠체어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이유를 들어 과실치상죄의 최고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고 그대로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정 변호사는 "휠체어는 장애인 신체의 일부이고, 일반적인 주의 의무보다 더 과한 주의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변론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는 장애인이 동등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받는 일이 자연스러운 사회를 꿈꾼다.

정 변호사는 "장애는 개인에게만 있는 고정된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바라보는지, 사회가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니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doo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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