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김태연 성균관대 교수, 김우재 연세대 화학과 교수, 최연우 연세대 연구원, 채민정 성균관대 연구원. (사진=성균관대)
자연계의 식물은 태양광을 흡수해 에너지를 만들 때 내부에서 전하를 신속하게 분리하고 이동시킨다. 현대 과학계는 이를 모방해 인공광합성 시스템이나 유기 태양전지 같은 차세대 에너지 소자를 개발하고자 많은 연구를 진행해 왔다. 특히 전자 수용체 특성이 우수한 ‘페릴렌 비스이미드(PBI)’라는 유기 반도체 분자를 촘촘하게 쌓아 올린 분자 집합체 구조가 주요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분자들이 뭉쳐 있는 복잡한 환경 탓에 주변 환경이 전하 이동에 미치는 순수한 영향을 정확히 밝혀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분자가 쌓여 있는 나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분자들을 둘러싼 용매(액체)의 극성만 선택적으로 바꿀 수 있는 독자적인 PBI 분자 집합체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집합체에 1000조분의 1초(펨토초) 단위로 빛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는 초고속 레이저 분광 기술을 적용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 연구팀은 전하가 이동하는 방식 자체가 주변 용매의 성질에 따라 완전히 뒤바뀌는 현상(메커니즘 크로스오버)을 세계 최초로 관찰했다. 기름처럼 극성이 낮은 용매에서는 분자가 미세하게 떨리는 진동을 이용해 벽을 뚫고 지나가는 ‘양자 역학적 터널링’ 현상(준고전적 영역)이 전하 이동을 주도했다. 반면 물이나 알코올처럼 극성이 높은 용매 환경에서는 주변 용매 분자들의 집단적인 요동(고전적 영역)에 의해 전하 이동이 제어됐다.
아울러 연구팀은 강한 빛을 비출 때 빛 에너지가 이동하는 유효 거리인 ‘엑시톤 확산 길이’가 주변 용매 환경에 따라 35.9나노미터(nm)에서 최대 98.8나노미터까지 조절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유기 반도체 내부에서 에너지가 소실되지 않고 더 멀리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길을 확인한 것이다.
김태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유기 태양전지, 인공광합성 시스템 등 친환경 미래 에너지 소자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홀리스틱(통합적) 분자 설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