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3일 서울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앞 도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방인권 기자)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남부지방 곳곳에선 또 다시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발생했다. 전남 광양의 경우 41.4도로 이날 가장 뜨거웠던 곳으로 기록됐고, 대구 북구(40.9도)와 경남 의령(40.7도)과 밀양(40.5도) 등도 40도 넘는 기온이 관측됐다. 다만 전날 42도가 넘는 폭염을 기록했던 경남 양산이 39.4도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남부지방은 다소 기세가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반면 수도권 일대는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은 전날 오후 3시 기준 34.6도를 기록했는데, 이날 같은 시간 36.3도로 올라섰다. 서울 구로구 온수동에선 39도가 기록됐다. 수도권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서울시(동남권, 서남권)와 경기도(하남, 오산, 여주서부)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표했다. 폭염중대경보는 올해 신설된 폭염특보의 최상위 경고단계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폭염의 무대가 점차 수도권으로 향하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 이유로는 바람의 방향이 꼽힌다. 지난주까지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이 영남의 기온을 끌어올렸다면 이번 주에는 반대로 동풍이 불기 때문이다.
현재 한반도의 폭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상층부에 위치한 티베트고기압과 중층부의 북태평양고기압이다. 두 고기압이 이불로 둘러싸듯 한반도를 덮고 있어 밤에도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한반도를 뜨겁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산을 넘으며 따뜻해진 바람은 기온을 끌어올린다. 역대급 기온을 기록한 경남 양산 역시 이 같은 조건들이 맞물렸다. 산 서쪽에서 넘어온 바람이 영남을 데운 것처럼, 이번에는 산 동쪽에서 넘어온 바람이 수도권을 달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여파로 서울에서도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이 관측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의 역대 최고기온은 2018년 8월 1일 기록된 39.6도다. 우진규 기상청 대변인실 통보관은 “다음 주 목요일까지 서울에 39도 예보는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서울의 대표 기온은 종로구 송월동 관측소 한 곳의 값이기 때문에 강남·강북·노원 등 다른 지점은 이보다 높게 나올 수 있어 일부 지역에서 40도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료= 기상청)
바람의 방향이 바뀐 주된 요인은 고기압의 이동이다. 고기압 중심 주변에서는 바람이 시계 방향으로 돈다. 그동안은 고기압 중심이 한반도 남쪽에 있어 경남 지역에 서풍을 불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기압 중심이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동풍이 불게 됐다. 여기에 태백산맥에서부터 수도권 사이에 있는 크고 작은 산을 타고 올라간 공기가 반대편으로 내려앉는 과정에서 짓눌리며 데워지며 수도권의 폭염을 일으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재 폭염의 변수로 꼽히는 건 제13호 태풍 ‘돌핀’이다. 폭염에 갇힌 한반도에 환기 작용을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뜨거운 바람만 유입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서울 역대 최고 온도인 2018년 39.6도도 태풍이 들어오기 바로 전 단계에 나왔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태풍이 올라온다는 건 열대 해양의 고온다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밀어올린다는 얘기”라며 “그 공기가 덮으면 더 후텁지근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태풍 중심은 강력한 저기압”이라며 “북쪽 대륙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찬 공기가 태풍에 끌려 내려오면 서울 등 북쪽은 오히려 선선해질 수 있다. 사흘 정도 기다리면 태풍 경로가 확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돌핀이 중국에 상륙해 소멸할 가능성을 50%, 중국 연안을 따라 서해 먼바다 쪽으로 북상할 가능성은 20~25%, 우리나라 남해나 일본 쪽으로 끌려 올라올 가능성은 20% 안팎으로 제시했다.
더 큰 문제는 옮겨진 폭염의 무대가 우리나라 인구의 상당수가 밀집된 수도권이라는 점이다. 지난 1일 온열질환자는 96명으로 집계됐다. 누적으론 1889명이다. 남부지방 수준의 폭염이 수도권에서 나타날 경우 인명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서울시도 폭염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오세훈 시장 지시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부시장들과 재난·복지·건강·소방 등 부서의 실·국장이 참석했다. 회의 참가자들은 그간 폭염 종합지원상황실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존 폭염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미비한 점을 보완할 방안을 논의했다. 또 폭염 장기화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확대하기로 했다.
태풍 '돌핀'의 이동 방향 (사진=기상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