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수사 도맡은 경찰…로펌 '경정·경감' 영입 쟁탈전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04일, 오전 05:31

[이데일리 남궁민관 이유림 기자] 형사소송법 개정 등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 중심으로 재편하는 검찰개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국내 주요 법무법인(로펌)들의 경찰 출신 영입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공소 제기부터 공소 유지까지 핵심 근거가 되는 사실관계 파악이 경찰 직접수사에 크게 의존하게 된 만큼 이를 잘 이해하는 경찰 출신 인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전경(前警)예우’ 논란과 수사 인력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일선 경찰서에서는 ‘로펌 접촉 경계령’까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민원실에 경찰 관계자 및 민원인이 오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민원실에 경찰 관계자 및 민원인이 오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일 참여연대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퇴직 경찰은 총 144명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대목은 연간 로펌에 취업한 퇴직 경찰 수의 추이다. 2020년 4명에 그쳤던 이들 수는 2021년에만 무려 48명으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2022년 34명, 2023년 31명, 2024년 13명, 2025년 11명으로 꾸준히 두자릿수를 이어온 데 이어 올해에도 1~7월 누적 7명의 퇴직 경찰들이 로펌에 둥지를 텄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검찰 직접수사 상당 범위가 경찰로 이관되자, 로펌들의 경찰 출신 영입 경쟁도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에도 예년 못지않은 규모의 경찰 출신들이 로펌으로 향할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올해 중수청·공소청 설치법에 따라 검찰청이 오는 10월 폐지를 앞두고 있는 데다 지난달 말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소법 개정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 수사와 기소 완전 분리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사관들로 꾸려질 중수청 역시 검사들의 전직 기피로 사실상 경찰 출신들이 주축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앞으로 직접수사는 경찰 또는 경찰 출신 중수청 수사관들이 도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 출신으로 최근 대형 로펌에 영입된 한 변호사는 “앞으로 공소제기·유지의 핵심 근거인 사실관계 파악은 직접수사를 하는 경찰의 몫이 되면서 로펌 입장에서도 이들의 수사방식, 의도 등을 잘 이해하고 대응하는게 중요해졌다”며 로펌의 경찰 출신 영입 경쟁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로펌이 영입한 경찰 출신의 퇴직 당시 직급은 치안감·경무감 등 고위 간부보단 경정·경감·경위 등 일선에서 수사를 직접 지휘하는 실무 간부에 집중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실제로 로펌에 자리한 144명의 퇴직 경찰 가운데 일선 서의 과장·팀장급에 해당하는 경감 출신이 71명(49.3%)에 달했다. 뒤이어 경위 26명(18.1%), 경정·총경이 각각 20명(13.9%) 수준이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를 지켜보는 경찰은 인력 유출 우려와 더불어 전경예우에 대한 불안감이 함께 흘러나온다. 서울 강남경찰서의 경우 서장 차원에서 ‘직원과 로펌 등 사건관계인 간 접촉 금지’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서울 일선 경찰서 한 관계자는 “수사를 담당하던 팀장인 경감이 퇴직하고 로펌 전문위원으로 가는 경우가 늘고 있고, 실제 로펌 측 접촉이 늘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직업선택 자유 있기 때문에 인력유출 강제로 막을 제동장치는 없다”며 “어느 공무원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퇴직 이후 막막한 데 로펌에서 제의가 오면 혹하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또 “로펌 전문위원이란 게 브로커와 경계선상에 놓인 위치 아니겠나”라며 “수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건 아니지만 후배 경찰들과 연을 이용해 수사 진행 상황을 문의하기도 한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방송인 박나래 씨 사건 수사를 총괄했던 경찰이 퇴직 직후 박 씨 측을 변호하는 대형 로펌에 합류해 이해충돌 논란이 빚어진 사례를 들어 전경예우 관련 개정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경찰 출신 퇴직자의 로펌 취업이 이해충돌의 소지는 물론 경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회가 공직자윤리법 관련 조항 개정을 통해 변호사 자격을 가진 퇴직 공직자의 로펌 취업을 전면적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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