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부·오세훈 엇갈린 유무죄…대법 '명태균 말' 신빙성 판단에 달렸다

사회

뉴스1,

2026년 8월 04일, 오전 06:30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여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 2025.9.24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김건희 여사의 무상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예정된 선고기일까지 연기하는 초강수를 뒀다.

같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받은 사건인데도, 김 여사는 1·2심에서 무죄가 났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세 사건에서 일부 겹치는 쟁점에 대해 결론이 엇갈리자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이를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사건들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명 씨의 진술을 어디까지 믿느냐다.

대법원은 2009년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연루된 일명 '현대차 로비' 사건과 2016년 박지원 국회의원의 '저축은행 금품수수' 사건 등에서 직접적인 물증 없이 진술과 정황증거만으로 유무죄를 가려야 할 때 그 진술을 어디까지 신뢰할지에 대한 기준을 세워왔다.

특히 관련자의 진술 신빙성을 취사선택할 땐 더 엄격한 판단 잣대를 댔다.

법조계에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 오 시장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마다, 그리고 사건의 쟁점마다 다른 명 씨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에 통일성을 기할 법리를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원합의체가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에 따라 김 여사뿐 아니라 윤 전 대통령·오 시장 사건의 향방까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 2026.7.13 © 뉴스1 이호윤 기자

"못 믿겠다" vs "과장 많지만"…재판부마다 다른 '명태균 말' 신빙성 판단
김 여사, 윤 전 대통령, 오 시장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마다 명 씨의 말에 대한 신빙성 판단을 달리했다.

김 여사 1심은 "공천은 피고인의 선물"이라는 취지의 명태균의 발언과, 강혜경 씨에게 여론조사 결과가 늦어질 때 '윤석열 부부와 선거캠프에서 독촉한다'고 말한 점에 대해서 "명 씨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며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 2심 재판부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재판에서는 무상 여론조사 제공 이유에 관한 명 씨 진술을 "사실을 숨기거나 허위나 과장이 많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진술 내용이 무상 제공에 대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 자체가 허위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명 씨가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한 이유를 대통령 당선을 도와 윤 부부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관계를 과시하며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봤다.

또 명 씨의 또 다른 진술들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있다고 봐 명 씨와 개인적 친분이 없다는 취지의 윤 전 대통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 시장 1심 재판부는 명 씨 진술과 증언에 관해 더 구체적인 판단을 내놓았다.

명 씨가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오 시장이 의뢰한 여론조사 범위에 관해 진술 내용이 일관되지 않은 점, 자신이 다른 형사재판 사건에서의 유불리를 의식해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진술 내용 일부는 객관적 증거와 당시 정황에 부합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명 씨 진술을 모두 믿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객관적 증거나 언론 보도 기사 등을 통해 확인되는 객관적 정황에 부합하는 명 씨 진술 내용은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1심 선고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6.7.22 © 뉴스1 이호윤 기자

대법, "진술 일부만 신뢰 땐 특별한 사정 있어야"
그동안 대법원은 관련자의 진술 중 일부만 취사선택해 신빙성을 인정할 경우 엄격한 판단 기준을 요구해왔다.

그 대표적 대법원 판례가 2009년 변 전 국장이 연루된 일명 '현대차 로비' 사건과 2016년 박 의원의 '저축은행 금품수수' 사건이다.

변 전 국장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채무탕감 청탁대가로 2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9년 돈을 건넸다는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의 진술 중 로비자금 출처, 다른 피고인들에게 총 14억 원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믿지 않으면서, 변 전 국장 등 5명에게 제공했다고 한 6억2000만 원에 대해선 신뢰성을 인정한 것은 잘못됐다고 봐 변 전 국장 등에게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금원 제공자의 진술 상당 부분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 등이 밝혀져 그 부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경우라면,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진술의 신빙성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일부 금원제공 진술 부분에 관하여는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 사정 등이 직접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만을 내세워 함부로 나머지 일부 금원수수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박 의원 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박 의원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및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무죄, 2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2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2016년 1심에서 뇌물 공여자의 증인신문을 거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로 판단한 경우, 2심에서 사실이 일부 어긋날 수 있는 개연성이 드러나 1심 판단에 의심이 들더라도 그것만으로 유죄를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봤다.

특히 2심에서도 진술 일부를 믿지 못하겠다고 한 1심 판단을 수긍한 경우, 나머지 진술을 신뢰하기 위해선 확실한 근거가 제시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더욱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한 부장판사는 "2009년 대법원 판결은 현재 형사재판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법리를 제시한 판결"이라며 "명 씨 진술 신빙성이 문제가 되는 여러 하급심 결론들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이 법리를 검토하기 위해 전합에 회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9년과 2016년 대법원 판례 모두 하나의 사건에서 한 사람의 여러 가지 진술 신빙성에 관한 판결이다.

반면 '명태균 여론조사' 사건은 윤석열과 김건희, 오세훈 등 세 사건으로 나뉘어 있고, 그 사건의 쟁점 하나하나마다 명 씨 진술 신빙성에 대한 법원 판단이 있어 앞서 언급한 두 사건보다 층위가 다양하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익을 제공한 핵심 관계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는 점이 같다.

대법원이 명 씨 진술 일부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가 뒷받침돼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파기한다면, 파기환송심에서는 명 씨 진술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동정범 여부를 다시 살펴볼 수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공동정범 여부는 사실관계의 영역이라 (법률심인) 대법원이 잘 건드릴 수 없는 반면 채증법칙, 즉 (명 씨의 진술이라는) 증거의 취사 선택이 잘못됐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건 법리적인 문제"라며 "상고심에서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반면 기존 대법원 판례들처럼 명 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김 여사의 무죄가 그대로 확정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명 씨의 일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받은 오 시장 입장에서는 2심에서 명 씨 진술의 신빙성 문제를 깊이 다퉈볼 여지가 생긴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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