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피서 핫플된 '인천 공항'...장기 두고 과일 먹고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04일, 오후 11:34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체감온도 35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일부 고령층 사이에서 인천 공항이 뜻밖의 피서지로 등극해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르신들 (사진=뉴시스)
인천국제공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르신들 (사진=뉴시스)
4일 전국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치솟은 가운데 폭염 속 공용 공간이 넓고 냉방이 유지되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등에서는 장기판을 벌이거나 휴식을 취하는 고령층 이용객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터미널 곳곳에서 어르신들이 신발을 벗은 채 다리를 뻗고 담소를 나누거나 과일을 나눠 먹는 모습도 눈에 띈다. 홍보관 통유리 앞에 앉아 비행기 이착륙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오전에 도착해 저녁 무렵까지 머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짐을 가득 쌓아 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르신들이 공항으로 피서를 오는 이유는 일관적이다. 집에서 에어컨을 가동하기엔 냉방비가 부담되고 카페에서 피서를 하기엔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앉거나 누울 수 있는 공용 공간이 넓고 걸어 다니며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곳곳에 비치된 의자와 휴게 공간도 장점이다.

경제적인 부담이 적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65세 이상은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는다. 서울 서남부에서 환승을 세 차례 하더라도 차비가 들지 않고 오가는 길까지 냉방이 되는 셈이다.

무더위쉼터 (사진=연합뉴스)
무더위쉼터 (사진=연합뉴스)
다만 어르신들의 공항 발길이 이어지는 데에는 또 다른 사정이 있다.

노컷뉴스가 서울시 무더위쉼터 4017곳을 분석한 결과 운영 조건이 기재된 1376곳을 주말·공휴일 미운영을 명시한 곳이 366곳이었다. ‘주말·공휴일은 폭염 중대경보 시에만 운영’처럼 특보가 발효돼야만 주말이나 야간에 문을 여는 조건부 운영도 145곳이었다. 23곳은 두 조건에 모두 해당했다.

또 70.0%인 2813곳이 경로당 등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회원이용시설’로 분류돼 있었다. 특정 계층만 이용하는 시설로 넓히면 71.5%에 이른다. 이 가운데 “누구나 이용 가능”에 동의했다고 명시된 곳은 202곳에 그쳤다. 쉼터 지도를 보고 찾아가려 해도 회원이 아니면 망설여지는 구조다.

여기에 평일 영업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는 금융기관 165곳과 공공청사 475곳까지 감안하면, 경로당이 닫는 저녁이나 주말에 실제로 갈 수 있는 쉼터는 지정 숫자보다 훨씬 적어진다.

어르신들이 공항으로 가는 이유가 여기서 설명된다. 자격을 묻지 않고, 연중무휴로 냉방이 가동되고, 지하철로 닿을 수 있는 공간. 쉼터 데이터에 없는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 공항이었던 셈이다.

일부 누리꾼은 “아무리 그래도 누워있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어르신들이 많이 타서 공항철도에 빈자리가 없을 때도 많다”, “여행객 편의를 생각해서라도 공항철도는 유료화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보고 뭐라고 생각하겠냐”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살인적인 날씨에 집에 에어컨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 어르신들이 알아서 살 길을 찾는 것” “외국인 시선이 뭐가 중요하냐. 우리나라 사람부터 살고 봐야자” 남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니고 갈 데가 없으니 쉬는 것이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말자“ ”저기까지 가지 않으셔도 되도록 세금을 노인복지에 제대로 쓰길 바란다“ 등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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