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위협해 6개월 접근금지…해제 일주일만에 아내 살해

사회

뉴스1,

2026년 8월 05일, 오전 06:32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지난해 6월 19일 오후, 중국 국적 A 씨(63)는 아내 B 씨의 집 앞에서 "노트북을 가지러 왔다"고 말했다. 거짓말이었다. 자신과의 만남을 피하던 아내에게 문을 열게 하려는 속임수였다.

B 씨가 현관문을 열자 A 씨는 주먹과 발로 전신을 수차례 때렸다. 이어 "이혼도 안 해주고 돈도 없는데 어디 가서 살라는 말이냐"고 말하며 미리 준비한 둔기로 얼굴과 목 등을 수십차례 가격했다.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다량 출혈로 숨졌다.

A 씨가 B 씨를 무참히 살해한 이날은 자신에게 내려진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끝난 지 정확히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흉기 위협해 6개월 접근금지…끝나자 사흘 만에 다시 찾아가
A 씨에게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것은 약 6개월 전이었다. 흉기로 살해 위협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24년 12월 인천 부평구 주거지에서 B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주방에 있던 흉기를 집어 들었다. 이어 B 씨를 향해 찌를 듯이 겨누며 "너 죽고 나 죽고 한 번 해보자"고 위협했다.

법원은 이틀 뒤 A 씨에게 주거지에서 퇴거하고 B 씨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임시조치를 내렸다. 임시조치는 두 차례 연장돼 이듬해 6월 12일까지 약 6개월간 이어졌다.

집에서 나온 A 씨는 6개월여 동안 모텔을 전전하며 저축해 둔 돈 약 3000만 원을 썼다. 그러나 자신의 폭력으로 퇴거와 접근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는 사실은 외면했다.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돈까지 쓰게 된 책임이 모두 B 씨에게 있다고 여겼다.

접근금지가 끝나자 A 씨는 기다렸다는 듯 다시 B 씨의 집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조치 종료 사흘 뒤인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세 차례 집 앞에 나타났지만 B 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생활비를 달라는 요구도 거절했다.

A 씨는 자신을 집에 들이지 않고 돈도 주지 않는다며 격분했다. 자신의 폭력으로 시작된 퇴거와 모텔 생활, 생활비 지출까지 아내 탓으로 돌린 끝에 B 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같은 달 19일. 참변이 일어났다.

"한 번에 못 죽일 수도"…범행도구 숨길 쇼핑백까지 준비
범행 당일 A 씨는 치밀하게 움직였다. 인근 마트에서 범행도구와 이를 감출 쇼핑백을 샀다. 범행도구도 아내를 살해할 방법을 따져 고른 것이었다.

A 씨는 수사기관에서 "흉기로는 한 번에 죽이지 못할 수도 있어서 둔기로 집사람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고 진술했다.

이 뿐만 아니라 그는 "둔기를 그냥 들고 가면 경찰에 신고될 수 있기 때문에 숨겨 가려고 쇼핑백을 샀다"고 말했다.

마트를 나온 지 불과 16분 뒤 A 씨는 범행도구를 쇼핑백에 감춘 채 B 씨의 집 앞에 섰다. 이어 "노트북을 가지러 왔다"는 거짓말로 닫힌 문을 열게 한 뒤 준비한 범행도구로 B 씨를 공격했다.

A 씨는 검거 이후에도 모든 책임을 아내에게 돌렸다.

그는 수사기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이 전부 집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누라 죽이고 스스로 죽으면 너무 내가 불쌍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 때문에 자기도 죽고, 나도 피해를 봤잖아요"라고 진술했다.

법원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 떠넘겨"…1·2심 모두 '징역 27년'
인천지법 형사합의16부는 지난해 12월 살인과 특수협박 혐의로 구속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하고 형 집행 종료 후 5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범행도구를 의도적으로 골라 구입하고 쇼핑백에 숨긴 뒤, 거짓말로 B 씨에게 문을 열게 했다며 계획적인 살인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며 범행을 합리화했다"며 "범행도구와 공격 부위, 횟수와 강도 등에 비춰 범행수법이 매우 잔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A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지난 4월 열린 항소심에서도 A 씨는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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