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강 수영장에서 이용객들이 DJ 공연을 즐기고 있다. (사진=채나연 기자)
환호성이 가장 커진 순간 음악이 멈췄다. 갑작스러운 정적에 곳곳에서 “음악 켜!”라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안전요원들은 곧바로 이용객들 사이로 들어가 어깨동무 한 사람들을 떼어냈다.
“물속에서는 한 사람만 넘어져도 순식간에 연쇄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연을 기획하고 여의도 한강 수영장 운영을 맡은 이대훈 대표이사에게는 그 순간이 하루 중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다.
올여름 ‘5000원짜리 가성비 워터밤’이라는 별칭을 얻은 서울 여의도 한강 수영장. 저렴한 입장료와 야간 DJ 공연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군 이곳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용객이 약 70% 증가했다.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이곳은 ‘헌팅포차’, 불법촬영, 수질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온라인을 달군 논란과 운영사의 고민은 실제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기자는 이날 오후부터 폐점까지 여의도 한강 수영장의 하루를 직접 지켜봤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강 수영장 유아풀에서 가족 단위 이용객과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채나연 기자)
친구들과 함께 수영장을 찾은 서울사대부고 학생들은 “5000원만 있으면 12시간도 넘게 실컷 놀 수 있다”며 “단지 수영장에 그늘이 없어서 아쉽지만 만족한다”고 말했다.
오후 6시를 넘기자 수영장의 분위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20~30대 이용객들이 하나둘 늘어나며 DJ 부스 앞으로 모였고,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유아풀과 뒤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찾은 40대 김모 씨는 “낮에는 성인풀도 아이들이 놀기 좋았는데 DJ 공연이 시작되면 사람이 많아질 것 같아 유아풀로 옮겼다”며 “공간이 분리돼 있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강 수영장에서 이용객들이 DJ 공연을 즐기고 있다. (사진=채나연 기자)
풀장 밖에서 바라본 풍경은 다소 아찔했다. 이용객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는 것처럼 보여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보니 바깥에서 보이는 것만큼 촘촘한 간격은 아니었다. 다만 공연이 절정에 이르자 쉴 새 없이 물보라가 치솟고 시야가 가려져 어린아이들이 메인 풀에서 함께 즐기기에는 다소 버거워 보였다.
풀장 밖에서는 또 다른 풍경도 눈에 띄었다. 인플루언서로 보이는 일부 이용객이 풀장 주변에 휴대전화를 세워두고 장시간 영상을 촬영했다. 카메라 뒤로는 물놀이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수영장 개장 이후 SNS에는 일반 이용객들의 얼굴이 모자이크 없이 노출된 영상들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0대 박모 씨는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데 앞에 계속 촬영하는게 신경 쓰였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안내 방송을 통해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었지만, 풀장 밖에서 촬영하는 이용객까지 제재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운영진이 신경 써야 하는 문제는 촬영 논란만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술을 몰래 가져오다 적발돼 귀가를 안내하면 욕설을 듣는 경우도 있고, 흡연 민원이 이어져 최근에는 흡연구역도 추가로 설치했다”며 “사람이 많아질수록 관리해야 할 일도 함께 늘어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강 수영장에서 폐장 후 안전요원이 이용객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채나연 기자)
데크 곳곳에는 이용객들이 두고 간 일회용 컵과 페트병, 음식 용기 등이 남아 있었고 안전요원들은 검은 봉투를 들고 하나씩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사실 오늘도 DJ 공연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이 대표는 애초에 이곳을 단순한 물놀이장이 아닌, 해외에 가지 않아도 서울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여름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이 몰릴수록 운영진이 감당해야 할 책임도 함께 커졌다. 불법촬영과 흡연, 음주, 안전사고 우려까지 새로운 문화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강 수영장 운영을 맡은 이대훈 대표이사가 수영장 앞에 서 있다. (사진=채나연 기자)
그리고 잠시 웃으며 덧붙였다.
“좋은 공간은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문화는 저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뉴스가 지나간 뒤에도 현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 사건과 사회 변화의 한가운데서 이를 가장 가까이 지켜본 사람들의 시선으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