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반도체로 방향 튼 인재…"엔지니어 인식·처우개선 기회"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06일, 오전 05:36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각국이 사활을 건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AI 기술의 핵심 요소인 반도체 수출 비중이 35%를 넘습니다. 어느 때보다 직업·고등교육 투자가 절실하지만 예산 칸막이에 막혀 실기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데일리는 3회에 걸쳐 반도체 인재 양성의 필요성과 교육재정 배분, AI시대의 대학교육을 다룰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신하영 김응열 기자] 이공계 인재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를 포함한 4대 과학기술원에 진학한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이 최근 3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산업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교육계에선 이런 흐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가 직업교육에 대한 투자는 물론 이공계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소위 4대 과기원에 진학한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은 총 844명으로 최근 3년 새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876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813명, 2025년 782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844명으로 반등한 것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는 영재학교·과학고는 국정감사 때마다 의대 진학자가 많다는 점을 지적받고 있다.

과학·수학 영재 및 이공계 인재 양성이 설립목적인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학비까지 지원을 한다. 하지만 졸업생들의 ‘의대 쏠림’은 이같은 특수목적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2021년부터 제재 방안을 마련해 의약학계열 진학 시 재학 중 혜택받은 교육비·장학금을 환수하기 시작했다.

영재학교·과학고 출신들의 4대 과기원 진학자 수 증가는 이런 교육당국의 재제 외에도 최근의 반도체 업황의 호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영재학교·과학고 출신들의 과기원 선호 경향이 올해 강하게 나타났다”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높은 소득수준에 대한 기대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그래픽= 김정훈 기자)


이는 중도탈락률(자퇴, 미복학, 미등록 등)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4대 과기원 전체 중도탈락률은 2022년 3.19%에서 2023년 3.07%, 2024년 2.61%로 하락했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와 협약을 맺은 5개 대학(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연세대·한양대)의 반도체 관련 학과의 합격선도 지방의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학계에선 이런 현상이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7학년도 대입부터는 지역의사전형이 적용돼 다시 ‘의대 열풍’이 불 수 있어서다.

신현철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높은 성과급이 알려지면서 이공계 선호도가 상승하는 조짐이 있지만 의사라는 직업의 안정성과 만족도가 여전히 높기에 이런 흐름이 지속될지 미지수”라며 “우수 인재가 이공계에 계속 진출하게 하려면 일시적 성과급을 넘어 엔지니어에 대한 사회·경제적 보상 체계를 확고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서울대 재료공학부 명예교수도 “영재학교·과학고의 우수 인재들이 이공계 분야로 진출하면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교육·여건이 부실해진 만큼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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