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이공계 인력을 적극 양성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지만 의사에 비해 열악한 이공계 인재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 우수인재의 이공계 진학을 유인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산업의 제조현장에서 활약할 우수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마이스터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5일 한국고용정보원의 ‘2024년 한국의 직업정보 및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제조 연구개발직 및 공학기술직’의 평균 연봉은 6670만원이다. 이 부문에는 ‘반도체공학기술자 및 연구원’, ‘디스플레이연구 및 개발자’, ‘전자제품 및 부품 개발 기술자’ 등의 직군이 포함된다.
반면 의사들은 모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과·외과·성형외과·산부인과·이비인후과·안과·정신과·소아과·방사선과·마취병리과·비뇨기과·피부과·가정의학과 등 전문의와 일반의사, 치과의사 등의 평균 연봉은 1억 3857만원으로 집계됐다. 의사 연봉이 이공계 인재보다 2배 높은 것이다.
연봉 상위 1~10위는 모두 의사가 차지했다. 외과의사가 평균 연봉 2억 1142만원으로 1위에 올랐고 10위인 이비인후과의사의 평균 연봉도 1억 2902만원에 달했다.
이러한 처우 차이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공계보다는 의대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이공계 인력부족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5~2029년 차세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에서 학사급 이공계 인력은 29만 2100명, 석·박사급 인력은 28만 7200명 부족할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직원 성과급 지급 등의 효과로 의대보다 이공계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공계 인재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삼전닉스 효과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현철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공계 인재 양성의 필요성은 크지만 의대 선호도가 여전히 강하다”며 “대기업이 아닌 중견·중소 규모 기술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통해 이공계 인재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교육계와 산업계에서는 고졸 출신의 이공계 기술인재 양성 역시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도체나 로봇 등의 생산시설에서 고졸 인력 다수가 제조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다. 반도체 분야 산업기술인력만 놓고 봐도 2024년 말 기준 총 11만 8721명의 인력 중 고졸이 54.4%(6만 4527명)를 차지했다.
마이스터고의 중요성이 주목을 받는 이유기도 하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서 시작해 올해로 17년째 운영 중인 마이스터고는 고졸 기술인력을 육성하는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다. 마이스터고 도입을 추진한 2008년만 해도 이 정책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많았다.
대학 졸업장이 취업을 위한 자격증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고졸 취업을 전면에 내세운 학교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마이스터고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스터고 졸업자의 취업률은 2021년 75.0%를 기록한 이후 △2022년 77.5% △2023년 73.7% △2024년 72.6% △2025년 73.1% 등 지속적으로 70%를 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대학 대졸자의 취업률은 △2021년 64.1% △2022년 66.3% △2023년 64.6% △2024년 62.8%로 마이스터고 취업률보다 낮았다.
2009년 7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교육과학기술부 평생직업교육국장으로 재직하며 마이스터고 정책 업무를 맡은 김규태 전 국장은 “마이스터고 도입을 준비할 때만 해도 정책이 성공하겠냐는 의문이 많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이어지면서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에 있는 국내 1호 반도체 마이스터고인 충북반도체고에서 학생들이 반도체의 핵심재료인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김응열 기자)
교육계에서는 마이스터고에 대한 예산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의 마이스터고는 학교 운영을 위한 ‘학교경비’, ‘교직원인건비’ 외에 마이스터고 추가 운영비를 별도로 받고 있다. 교육부가 추가 운영비를 보통교부금에 포함해 교육청에 보내면 교육청은 예산 상황에 맞춰 금액을 조정한 뒤 마이스터고에 보내는 방식이다.
마이스터고의 추가 운영비는 학급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18학급 미만은 5억 5800만원이고 18학급 이상~27학급 미만은 6억 2000만원, 27학급 이상은 6억 8200만원이다. 교육계에선 반도체 장비 한 대 가격만 해도 수십억원을 훌쩍 넘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운영비 지급 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청 예산 상황에 따라 마이스터고 추가 운영비가 학급별 기준보다 낮게 지급될 수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는 별도의 제재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관할 교육청은 교육부가 교부한 금액보다 더 많은 추가 운영비를 마이스터고에 보냈다.
하지만 관할 교육청이 마이스터고에 보낸 추가 운영비 총액은 3년 동안 지속 감소했다. 2023년에는 466억 7943만원이었지만 2024년 449억 2868만원, 2025년 420억 388만원으로 줄었다. 올해 운영 중인 마이스터고 58곳을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지난해 학교당 평균 7억 2500여만원을 받았다.
직업교육 전문가들은 마이스터고 지원을 늘려 첨단산업 분야의 고졸 인력을 양성하는 동시에 충북반도체고 같은 마이스터고 성공 사례를 확대해야 대입 중심의 교육열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흥 한국교원대 기술교육과 교수는 “마이스터고 성공 사례가 지속 나온다면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공감대가 확산될 것”이라며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발맞춰 반도체와 로봇 등 생산시설에서 근무할 인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병욱 충남대 기계공학교육과 교수도 “대입 중심의 교육열을 누그러뜨리고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을 도모하려면 마이스터고의 성공 사례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