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8.5 © 뉴스1 김도우 기자
횡단보도 앞 신호를 기다리는 단 몇십 초마저 햇볕을 피해 그늘을 찾게 되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찜통더위 속에서 그늘을 따라 이동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그늘로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그늘로: 뚜벅의 여름길'(그늘로)은 건물·가로수 등 주변 지형지물이 만드는 그늘을 계산해 '그늘길'을 안내하는 서비스다.
'그늘로'는 단순히 목적지까지의 이동 경로를 넘어, 이용자가 햇빛을 덜 받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돕는다. 건물 그림자와 태양 고도를 계산해 시간대별 그늘 변화를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그늘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경로를 안내한다. 공개 가로수 데이터가 제공되는 지역에서는 가로수가 만드는 그늘도 경로에 반영한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도 햇빛을 덜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버스나 지상 구간이 포함된 지하철은 햇빛을 덜 받는 방향을 계산해 '왼쪽 창가 추천·그늘 68%'와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경사도와 혼잡도 등 이동 환경도 함께 고려해 이용자 맞춤형 이동을 돕는다.
현재 iOS 앱스토어와 토스 앱 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늘로는 서울대 수학교육과 23학번으로 벤처경영학을 복수로 전공하는 유민준 씨(23)가 개발했다. 5일 뉴스1과 만난 유 씨는 군 전역 후 복학을 앞두던 중, 지난달 초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에서 학교를 오가며 버스와 지하철을 수차례 갈아타고 오랜 시간을 걸어야 했던 그는 평소 '그늘로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유독 뜨거운 올해 여름 햇빛도 서비스 개발의 계기가 됐다.
유 씨는 "온열 질환이 걱정될 정도의 날씨가 이어지고 매일 폭염 경보가 뜨는 상황을 보면서 (그늘 정보가) 정말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세종대까지의 이동경로가 표시된 '그늘로' 앱 화면(왼쪽)과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서울어린이대공원까지의 이동경로와 함께 햇빛을 덜 받는 쪽 버스 자리를 안내하는 그늘로 앱 화면. (사진. 그늘로 갈무리)
서비스 구현을 위해서 국토교통부나 공공데이터 포털에서 제공하는 △건물 형상·높이 정보 △가로수 위치·수관 정보와 공원 정보 △약냉방 칸을 비롯한 대중교통 정보 등을 오픈소스 지도 플랫폼인 오픈스트리트맵에 결합했다. 서울시의 경우 무더위쉼터 정보도 활용했다.
기존에도 그늘로 걷는 길을 안내하는 서비스는 국내외에 있었지만 도보 경로에 대해 시간대별로 그림자 양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그늘로의 차별점이라고 유 씨는 설명했다. 대중교통에서 구간마다 시간대별로 햇빛을 덜 받는 좌석 방향을 추천하거나 경사도·혼잡도를 반영해 이동 경험을 개인화한 것도 차별화된 지점이라고 했다.
지난달 13일 서비스를 공개한 이후 현재까지 누적 방문량은 약 3만 건을 기록했다. 누적 안내 경로 수도 5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유 씨는 "'아버지가 매일 반려견을 산책시키며 땀에 흠뻑 젖어 돌아오셨었는데 앱 덕분에 도움이 됐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데 경사도와 계단 정보까지 제공돼 좋았다'는 이용자 후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한 SNS 이용자가 제안한, 겨울철에는 반대로 햇빛을 따라 이동할 수 있는 '볕으로' 서비스 아이디어가 특히 인상 깊은 피드백으로 기억에 남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그늘 정보를 더욱 정교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부동산업이나 사진작가처럼 그늘 정보를 보다 깊이 있게 활용하려는 이용층 반응이 이어져, 건물 외형 등을 고도화한 분석 기능을 강화하고 싶다고 했다. 또 대중교통 정보를 상세히 제공해 '뚜벅이들이 좀 더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앱'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 씨는 "많은 분이 이번 여름을 잘 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앱이었으면 좋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걷는 일이 조금 더 즐거워질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ks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