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상담 중 뜨거운 냄비에 빠진 1살 아기...누구 잘못?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06일, 오후 07:23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어린이집 입소 상담을 받으러 온 한 살 아동이 보호자와 떨어져 혼자 돌아다니다 뜨거운 국이 담긴 냄비에 빠져 다친 사건에 대해 어린이집 원장에게도 업무상 과실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사진=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충남 계룡시의 한 어린이집 원장 A씨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내 다시 심리하게 했다.

A씨는 2023년 5월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어머니와 함께 입소 상담을 받으러 온 한 살배기 B군이 화상을 입게 돼 업무상 과실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입소 상담 중 자꾸 원장실 밖으로 나가려는 B군을 어머니가 제지하자 “어린이집은 안전하고 밖에 선생님들도 있으니 자유롭게 탐색하도록 두셔라. 그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에게 “아이 좀 봐주세요”라고 말한 뒤 다시 상담을 위해 원장실로 들어왔다.

A씨는 B군을 거실에서 수업 중이던 보육교사들에게 맡겼지만, B군은 25분간 어린이집 안을 홀로 돌아다녔다.

사고는 B군이 문이 잠기지 않은 조리실에 들어가며 발생했다. 조리사가 마침 육개장이 든 뜨거운 냄비를 뚜껑을 열어 둔 채 바닥에 내려놓은 상태였는데, B군이 냄비 부근에서 넘어지면서 몸 전체가 냄비에 빠졌던 것이다. 이에 B군은 신체의 절반 가까이 화상을 입는 중상을 당했다.

검찰은 A씨가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영유아의 위험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어기고, B군을 돌봐줄 보육교사를 명확히 지정하지 않은 채 불특정 다수 교사들에게 내맡긴 책임이 있다며 A씨를 기소했다. 조리사와 조리실에 출입한 뒤 나올 때 잠금장치를 하지 않고 나온 보육교사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들에게 유죄를 인정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은 “A씨가 B군을 보육할 교사를 지정하지 않아 B 군이 위험에 노출되게 했다”며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A씨가 어머니와 상담 중이라 보육교사를 지정·배치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A씨가 평소 교사들에게 조리실 안전교육을 수시로 진행했고, A씨에게 보육교사 지정·배치 의무가 있더라도 이 사고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조리사와 조리실에서 일을 본 뒤 문을 잠그지 않은 보육교사에게 있다는 지적이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영유아보육법 취지를 볼 때 “구체적으로 어떤 영유아가 어린이집의 보호 대상이 되는지는 어린이집이 그 영유아에 대한 보호 의무를 실질적으로 인수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며 항소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사고 당시 피해 아동이 입소한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A씨가 입소를 위해 보호자와 함께 방문한 피해 아동을 보호자에게서 인계받음으로써 적어도 어린이집의 보육 영역 안에서 보호의무를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인수했다”며 “이를 통해 피해 아동은 해당 어린이집의 보호대상이 되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피해 아동의 나이와 발육 상태 등을 고려하면, A씨에게 보호·관찰이 실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A씨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되는 이상, 조리사와 보육교사의 업무상 과실이 경합했다고 해서 A씨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깨트려 환송했다.

한편 A씨와 함께 기소된 조리사와 보육교사는 1심에서 각각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며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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