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표된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위를 피해 서울시 폭염대피시설 '해피소'를 이용하고 있다. 2026.6.29 © 뉴스1 오대일 기자
'입추'(立秋)에도 낮 최고 39도를 예보하며 극심한 더위가 이어진 7일, 대만인 천(Zhen) 씨는 급하게 홍대입구역 인근 '해피소'로 들어섰다. 걸그룹 에스파 콘서트를 보러 한국에 입국했다는 천 씨는 급하게 땀을 닦으며 "밖은 더운데 여긴 시원하다"며 웃었다.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도심 곳곳의 이글루 모양 해피소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해피소는 서울시가 실내 무더위쉼터를 보완하기 위해 광장과 공원 등 시민 생활 동선에 설치한 서울형 이동식 폭염 대피시설이다. 에어돔과 폴리카보네이트 등을 활용해 냉방과 그늘을 제공한다.
서울시는 올해 광화문에 처음으로 해피소를 설치했다. 이후 시민 이용 수요가 높아지자 청계광장, 홍대입구역, 노들나루공원, 낙성대공원 등 서울 전역 15곳에 해피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지나가는 시민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홍대 해피소에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20여명의 관광객·시민들이 드나들었다. 해피소 내부에는 에어컨과 대형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개장된 지 얼마 안 된 시간이라 내부 온도는 30도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이미 시원한 편이었다.
이곳엔 15여개의 선베드와 테이블·의자 등이 비치돼 시민들이 자유롭게 누워 휴대전화를 보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홍대 해피소는 지난 5일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용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홍대 인근에 산다는 40대 성지현 씨는 "지난번에 지나가다가 해피소를 봤는데 '한번 와봐야겠다' 싶어서 오늘 와봤다"며 "이렇게 안락하게 잘해놓은 건 여기가 처음인 것 같아서, 지인한테도 사진 찍어 '이런 곳이 있다'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날 종로구 광화문광장 한복판에 위치한 해피소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세요'라고 적힌 팻말이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25명가량의 시민이 광화문 해피소를 이용했다.
개장 시간인 오전 11시 광화문 해피소 내부는 28도를 기록하고 있었으며, 대형 에어컨 덕분에 덥지 않았다. 에어컨은 최저 온도인 18도로 설정돼 있었다. 푹신한 인조 잔디가 깔려 있고 테이블·의자가 다수 비치돼 편하게 쉴 수 있었다.
한낮 최고기온 38도 안팎으로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해피소(해를 피하는 공간)를 찾은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6.8.4 © 뉴스1 이호윤 기자
한국의 더위에 놀란 외국인 관광객들이 광화문 해피소로 다수 들어왔다. 60대 일본인 관광객 A 씨와 그의 아내 정 모 씨는 "일본보다 한국이 더 덥다. 한국이 이렇게 더운 줄 몰랐다"며 "세종문화회관 전시 보기 전에 더워서 들어와 봤다"고 말했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살고 있다는 이지영 씨(44·여)는 "딸과 충무공 이야기 전시를 보러 광화문에 온 길에 너무 더워서 잠시 해피소에 들렀다"며 "도심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좋다"며 웃었다.
노동·시민단체 구성원들도 광화문에서 예정된 집회 및 기자회견 전후 더위를 피해 해피소를 찾았다. 정민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광화문이 그늘이 많이 없는데 더위를 피하기 좋은 것 같다"며 "기자회견 하기 전 더워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별도의 등록 및 입장 절차 없이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해피소의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녀노소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더위를 식힐 수 있다는 것이다.
홍대 해피소를 찾은 30대 중반 곽 모 씨는 "공원처럼 남 신경 쓰지 않고 있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홍대 인근 직장에 다니는 40대 김형규 씨도 "일하다가 점심시간에 쉬러 나온 건데 혼자 편하게 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아기를 안고 들어온 신미은 씨(36·여)는 "아기 병원 때문에 경기도 양주에서 서울까지 왔는데, 아기가 너무 더워해서 급하게 들어왔다"며 "너무 시원해서 놀랐다"고 했다.
시민들은 더 많은 해피소가 도심에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화문 인근에서 일하는 윤지혜 씨(37·여)는 "사람이 많아지면 시끄럽기도 해서 광화문 광장에 두 개 정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31일까지 51일간 광화문광장 해피소 이용객은 총 3만405명으로 집계된다. 하루 평균 596명이 이용한 셈이다. 서울시는 시민 이용 수요가 높은 점을 고려해 당초 오는 11일까지였던 광화문 해피소 운영 기간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한글분수 앞에 설치된 ‘해피소’를 찾은 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해피소’는 '해를 피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을 담은 서울형 야외 무더위쉼터로, 폭염 때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쉬어갈 수 있도록 냉방 기능을 갖춰 운영된다. 2026.6.10 © 뉴스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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