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중부발전은 발주자, 하청 근로자 사망 책임 없어"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09일, 오전 10:49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대법원이 발전소 건설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공사를 발주한 한국중부발전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지는 ‘도급인’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시공을 맡은 금호건설에 대해서는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대법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중부발전과 소속 임직원에 대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파기환송다다. 시공사인 금호건설과 2차 수급업체,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해 원심의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한국중부발전은 2016년 6월경부터 충남 서천군에 1009MW(메가와트)급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두고, 공사를 27개 업체에 분리 발주했다. 이 중 배연탈황설비 구매·설치공사(도급금액 약 478억원)는 시공능력순위 23위의 대형건설사인 금호건설에 맡겼고, 금호건설은 전기제어공사(도급금액 약 20억원)를 다시 2차 수급업체에 하도급했다.

이후 2020년 4월 10일 배연탈황설비 전기전자제어동 변압기 1차측에서 상회전 테스트 도중 아크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금호건설 소속 근로자 1명이 전신화상에 따른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고, 한국중부발전 계전부 직원 등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정기검사에서 전기작업계획서 미작성, 안전난간 미설치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도 다수 적발돼 함께 기소됐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한국중부발전이 이 공사의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했다고 볼 수 있는지, 즉 도급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에게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건설공사의 경우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지 않는 ‘건설공사발주자’는 도급인 범위에서 제외한다.

1심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은 한국중부발전이 배연탈황설비 관련 면허나 전문인력이 없고, 금호건설이 대형건설사로서 스스로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들어 한국중부발전을 건설공사발주자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시공사 금호건설에 대해서도 정기검사 위반 부분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나머지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 대전지방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한국중부발전이 전국 27개 사업장의 발전소 건설을 자신의 사업장 내에서 지배·관리해왔고, 이 사건 공사가 발전사업 수행에 필수불가결하며, 수전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등 위해요소를 실질적으로 관리해왔다는 점을 근거로 도급인 지위를 인정해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중부발전에 벌금 5000만원, 본부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다시 이를 뒤집고 한국중부발전에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우선 발전소 ‘운영’과 ‘건설’은 구분되는 별개의 사업이고 이 사건 공사는 일회성 사업에 불과하다고 봤다. 또 한국중부발전은 배연탈황설비 관련 면허나 전문 기술인력을 보유하지 못해 전문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사고가 발생한 변압기는 계약상 ‘공급자 영역’으로 분류돼 시공사가 인도하기 전까지는 시공사가 관리하는 구간이었다.

대법원은 반면 금호건설에 대해서는 설계·자재구매·시공을 전부 수행하고 현장의 위험성평가와 작업절차서를 자체적으로 작성·운용해온 점을 들어,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실질적 권한과 의무는 금호건설에 있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금호건설과 2차 수급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상고는 기각돼 원심의 유죄 판결(집행유예·벌금)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를 가르는 기준으로 도급사업주가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를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권한을 가졌는지를 중심으로 전문성, 시공능력, 계약상 위험배분 등을 종합해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발주자가 도급 목적 달성을 위해 통상적으로 하는 점검·조정·확인 조치, 예컨대 주간공정회의 주관, 안전작업허가서 승인, 부진공정에 대한 만회대책 요구 등만으로는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2020년 1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도급인의 안전조치 의무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서도 건설공사의 경우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지 않는 발주자는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했다”며 “이번 판결은 발주자가 대규모 공사에서 흔히 하는 통상적 관리행위만으로는 ‘총괄·관리’로 볼 수 없고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을 살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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