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최근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주 90시간 넘게 근무하며 병동을 지키던 교수가 한계를 느껴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 남은 아이들이 걱정됐던 그는 결국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전남대병원도 의료진 부족으로 고위험 신생아의 전원 요청의 절반가량만 수용하고 있다. 지역 거점병원의 수용 역량이 떨어지면서 신생아가 치료 가능한 병상을 찾아 장거리 이송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중증·필수의료 인력이 고령화하고 의사 수가 계속 줄면서 태어난 지 하루도 안 된 신생아가 집중치료를 받기 위해 수백㎞ 떨어진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중증환자를 치료하고 후배를 양성해 온 필수의료 교수들이 고령화되는 동안 그 자리를 이어받을 젊은 의사들이 사라지면서다.
일부 지방 대학병원 내 필수의료 진료과에서는 고령의 교수들이 사실상 현장을 홀로 지키고 있다. 저수가와 의료사고에 따른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술·당직·응급호출을 분담할 인력마저 줄면서 남은 교수들의 업무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생아 집중치료뿐 아니라 소아심장과 소아외과 등 고난도 소아 필수의료 분야 전반에서 후속 인력의 감소가 예상된다. 대한소아심장학회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소아심장외과 전문의는 2023년 33명에서 2035년 17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소아심장내과 전문의도 같은 기간 129명에서 94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소아외과학회도 현재 활동 중인 소아외과 전문의가 2030년에는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높은 근무강도와 낮은 처우 등의 교수들을 보면서 필수의료를 외면하고 있다. 일부 필수의료 전공의와 젊은 전문의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벼락루저’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생명을 살리는 길을 선택했지만 주변 동료들은 개원을 하거나 비필수 진료분야를 선택하면서다. 자신들만 낮은 처우와 의료사고 위험, 반복되는 당직을 감당하는 처지가 됐다는 의미다.
의료계에서는 단순히 의사 몇 명이 은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십 년간 축적된 수술 기술과 중증환자 치료 경험이 단절될 것을 우려한다. 결국 그 피해는 가장 위급한 순간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의 몫이 된다.
현장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해 인력 양성, 근무환경, 환자 이송체계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권역별 신생아 전원 조정센터와 전담 이송팀을 마련하고 의료진 공백이 발생한 병원에 대체인력을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야간·휴일 당직과 24시간 대기, 고난도 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적정 인력 기준과 의료분쟁 지원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권역 거점병원에 전공의·전임의·교수 자리를 연계해 지원하되, 지역 병원과의 순환근무와 협진망을 구축해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윤하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전공의→전임의→전임교원으로 이어지는 인력 파이프라인을 복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거점을 중심으로 필수의료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