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최고위 법관 후보로 천거되고도 심사에 동의하는 여성 법조인들의 비율이 최근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소수에 불과했던 여성 법조인 수는 늘었지만 정작 고위 법관이 되려는 여성 법조인은 줄어든 셈이다.
특히 이흥구 대법관 후임 인선 과정에서는 천거된 여성 후보 16명 중 단 2명만 심사에 동의했다. 현 대법관 구성에서 여성 대법관이 추가로 임명되기 어려운 데다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여성 후보가 유력하게 거론된 점이맞물리면서 심사에 동의한 여성 후보자가 적었던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50%까지 올랐던 여성 심사 동의율…최근 10%대로 추락
10일 뉴스1이 2018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어진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심사 동의자료 총 12건을 분석한 결과 약 8년간 여성 법조인의 심사 동의율은 최근 들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천거인 여성 중 심사에 동의한 비율은 2018년 25%를 시작으로 점점 늘었다. 2024년 1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 후보 심사에서 50%(14명 중 7명)까지 올랐다.
그러나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이흥구 대법관 후임 후보 심사에서는 여성 동의율이 단 12.5%(16명 중 2명)에 그쳤다. 반면 남성 법조인의 심사 동의율은 30~5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추천위원회는 대법관 후임 후보 천거를 받은 뒤, 검증 심사에 동의한 인원만 추려 학력·경력·재산·형사 처벌 전력 등을 담은 명단을 공개한다. 이후 추천위원회가 각계 의견을 수렴해 3명 이상을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면 대법원장은 최종 1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여성 법조인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정작 이들이 동의 자체를 꺼리면서 여성 대법관 후보는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다.
A 부장판사는 "(이번 추천위 명단을 보고) 사법부에 이렇게 여성 리더가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재 여성 판사들도 많고 법원장이나 수석부장판사 등 고위급에도 상당히 많은데 대부분 동의를 안 하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실질적인 능력을 가진, 양성평등적 생각을 가진 대법관이 많이 나오려면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여성 법조인들이 최근 동의 자체를 잘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대법관 구성상 여성에게 배정될 인원이 없다고 판단해 여성 법조인들이 동의에 나서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명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단순 후보군을 채우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추천자 명단에 오른 법조인 중 청와대가 여성 법관인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를 적임자로 꼽았다는 후문도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 13명의 대법관 중 여성이 3명이고,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또 여성이 들어올 수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여성이 대법관으로 제청·임명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대법관 13명 중 여성은 오경미·신숙희·이숙연 대법관 등 3명이다.
또 다른 한 판사는 "퇴임하는 대법관과 비슷한 사람으로 채우려는 경향이 있는데, 퇴임했거나 퇴임 앞둔 두 대법관은 남성에 지역 법관인 점 등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뉴스1
여성 법관들만 대법관 검증 동의…교수·변호사 동의자 0명
여성 법조인들의 저조한 동의율이 계속되면 결국 대법원 등 최고 사법기관의 구성이 남성 위주로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B 부장판사는 "여성들의 지원이 줄어들면 결국 손 든 여성 법조인들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검증 없이 대법관이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며 "그럴 경우 결국 실질적 다양성 확보에도 실패하고 여성 대법관에 대한 인식만 더욱 안 좋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법관을 제외한 여성 법조인들이 심사에 동의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4년 김영란 대법관이 첫 여성 대법관이 된 이후 20년간 10명의 여성 대법관이 배출됐는데, 모두 판사 출신이다.
C 부장판사는 "최근 들어 판사가 아닌 교수나 변호사 등 외부에서 대법관이 되는 경우가 줄었다"며 "판사 출신만 뽑으니 검증 동의를 하는 교수와 변호사들이 아예 없어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D 부장판사는 "대법원 전체에 여성 대법관이 그저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가 안 된 사람이 대법관이 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여성 후보군을 계속 준비·발굴해 대법관으로 손색없는 여성 인재가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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