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햇볕과 열기가 몸을 짓누르면 그 무게가 마음까지 번진다고 했다. 뜨거운 거리를 지나 집으로 돌아와도 더위에 허덕인다. 집에 에어컨이 없는 탓에 잠을 청해도 10분 만에 깨기 일쑤다. 고씨는 “요즘 같은 무더위에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낮에 밖으로 나가면 짜증과 불안이 밀려온다”며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던 망상과 환청이 이따금 다시 찾아온다”고 토로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지난 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기후위기에 따른 정신건강 영향 분석 및 평가도구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2014~2023년)간 정신질환자의 폭염기간(5~9월) 1인당 의료이용 건수는 3.67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파기간(12~2월)의 2.3건 보다 1.6배 많고, 그 외 기간(3~4월·10~11월)의 2.9건 보다 1.3배 많은 수준이다. 폭염기간 정신질환으로 인한 의료이용은 월평균 10만 9149건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한파기간(10만 5498건) 보다 3650건 많은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기간 조현병 환자는 평균 19.3일 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파기간 대비 1.7배, 그 외 기간 대비 1.3배 많은 수준이다. 우울증 환자의 병원 방문 일수는 7.3일로, 한파기간 대비 1.8배, 그 외 기간 대비 1.3배 높았다. 즉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폭염 상황에서 더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씨처럼 이데일리가 만난 환자들은 기록적인 폭염에 정신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정신장애 당사자 사단법인 ‘경기우리도’에서 활동하는 이한결(32·남) 씨는 4년 전 조현정동장애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최근 2주 넘게 이어진 열대야 탓에 새벽 2~3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에 든다. 그는 “날이 더워서 외출이 어려워지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우울감도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날씨가 더운 것과 정신질환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정신과 약물의 영향으로 무기력한 기분이 계속되거나 체온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폭염이 이를 가중시켜 일부 환자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폭염기간에 더 취약한 정신질환자들의 여건을 반영해야 한다”며 “현재 정신질환자 대상 복지 서비스 중 상담·치료 복지 지원을 폭염기간에 두텁게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폭염의 장기화가 뉴노멀이 되고 있는만큼 정신건강 관련 정책을 구상할 때 기후 문제를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온열질환으로 인해 고립된 정신질환자들을 발굴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활용했던 영상통화 등의 비대면 방식을 사용해 환자를 돌보는 등 맞춤형 접근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