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동수사 검·경·특사경 한몸처럼…'사법면담' 벤치마킹해야"

사회

뉴스1,

2026년 8월 11일, 오후 04:48

24일 경기 화성시 전곡리 아리셀 참사 화재현장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2주기 현장 추모제'에서 유가족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2026.6.24 © 뉴스1 김영운 기자

검사의 수사권과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지휘권을 폐지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화성 아리셀 참사'와 같은 중대산업재해 수사와 공소유지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법무부 내부 보고서가 나왔다.

노동사건이 발생하면 검찰·경찰·후생노동성 3자(三者)가 수사부터 공판까지 한 몸처럼 움직여 실체적 진실을 밝히도록 설계된 일본의 '정밀사법'에 비해, 한국은 수사와 공판의 연계가 약화해 형사사법체계가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뉴스1이 입수한 법무부 공공형사과의 '노동분쟁 해결제도 및 노동 수사 관련 일본 정책 실무 분석' 국외출장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노동수사에서 검찰·경찰·노동기준감독관이 사건 초기부터 수사 상황과 법률 쟁점을 공유하는 협력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이수영 법무부 공공형사과 검사가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6월28일부터 7월4일까지 일본 법무성과 삿포로지방검찰청 등을 방문해 현지 검사 및 실무자와 면담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일본은 중대산업재해 등 노동사건이 발생하면 노동기준감독관이 노동기준법·최저임금법·노동안전위생법 위반 수사를 담당하고,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일반 형사 범죄를 담당한다. 노동기준감독관은 한국의 근로감독관(특사경)에 대응하는 직위다.

노동기준감독관과 경찰은 각각 수사한 결과를 검찰에 송치하지만, 동일 사건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 만큼 증거 확보 등 수사 초기부터 상호 협력이 이뤄진다. 검사는 송치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기소 또는 불기소를 최종 결정한다.

주목할 점은 일본은 검사가 송치 전 단계부터 수사에 깊이 관여한다는 점이다. 이는 검사가 노동기준감독관 또는 경찰과 상시로 소통하며 법률 쟁점과 혐의 입증 전략, 필요한 증거를 협의하는 '사법면담' 형태로 이뤄진다.

이 검사는 "검사가 원칙적으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공소유지까지 담당하는 만큼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실관계와 증거를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로 정착돼 있다"며 "이런 관행은 일본의 높은 유죄율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런 일본 형사사법의 특징은 '정밀사법'으로 표현된다"고 보고했다.

이어 "사건이 송치되기 전 입건 단계부터 검사와 경찰이 사건의 쟁점, 입증 방향 및 공소 유지에 필요한 증거를 협의하는 '사법면담'이 빈번하게 이뤄진다"며 "일본 검사들은 사건 검토뿐만 아니라 사법면담 또한 하나의 큰 업무로 생각하고 있고, 하루의 반나절 이상 사법면담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현행 한국의 중대산업재해 수사도 일본과 비슷한 체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도 동일 사업장에서 반복재해나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담검사가 노동청 등과 '수사협의회'를 개최해 수사방향을 협의한다. 또 전담검사는 수사 초기부터 공소제기 및 유지를 고려해 안전보건의무위반 및 경영책임자 책임을 구조적으로 입증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년 6월 3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경기도 화성시 전지제조업체 화재 사건(아리셀 참사)이다. 당시 검찰과 경찰, 고용노동부는 사고 초기부터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수사 상황과 주요 증거를 공유하며 수사한 끝에 경영책임자와 관계자들의 형사책임을 완결성있게 규명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문제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는 10월2일부터다. 개정법은 검사의 직접·보완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삭제했다. 검사는 경찰이나 특사경 수사를 지휘하거나 송치된 사건을 직접 보완할 수 없다.개정법은 공소청 검사와 특사경 사이에 '지도·조언' 제도를 뒀지만 강제력은 없다.

보고서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기 전 검사가 수사 초기부터 특사경·경찰 수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해 수사와 재판의 연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검사는 "검사가 수사 초기부터 사건기록과 증거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거나, 송치 이후 부족한 증거를 보완할 수 있는 기능이 제한되는 경우에는 수사단계에서 확인되지 못한 사실관계나 법률적 쟁점이 공판 단계에서 드러나 결국 입증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일본 검사와 1차 수사기관의 '사법면담' 제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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