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초등생 '집단 괴롭힘'에 투신 시도...또 괴롭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12일, 오후 05:24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제주 한 초등학교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이 수년간 동급생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한 끝에 학교에서 투신을 시도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친구들은 투신 시도 이후에도 괴롭힘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12일 시민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 등에 따르면 이주여성인 학부모 A씨는 지난 6월 서귀포경찰서에 학교 교장 등 관계자 3명을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A씨 자녀 B양은 지난해 11월 말쯤 학교 3층에서 투신을 시도했으나 이를 본 친구가 말려 목숨을 구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B양은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단체 대화방, 학교생활 등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것으로 조사됐다.

B양의 친부는 중국인이고 B양은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이주했다. B양은 2학년 2학기부터 한국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했는데 ‘반중 정서’가 초등학생들까지 짙게 깔리며 B양을 향한 괴롭힘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생은 B양을 단체 대화방에 초대한 후 ‘해시태그 중국인’과 기이한 복장의 남성 사진을 올리거나 중국인 친부를 향한 모욕성 발언도 했다.

또 교실이나 복도에서 B양과 신체가 스치기라도 하면 물이나 휴지로 닦아내는 등 수치심을 줬다.

특히 가해 학생 3명을 중심으로 1년가량 교실 안팎에서 피해 학생 출신 국가를 비하하고 괴롭히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보인다.

견디다 못한 B양은 결국 교내에서 투신을 시도했지만 이를 본 친구들이 팔을 붙잡아 말리며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투신 시도가 있던 당일에도 가해자들로부터 “역겹다” “혐오스럽다” “왜 전학 안 가냐”는 등의 말을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투신 사건은 놀랍게도 별일 없이 조용히 흘러갔다. 이렇게 은폐된 사건은 가해 학생들의 또 다른 조롱거리가 되면서, 2차 가해로 이어졌다.

B양 측은 가해 학생들이 해당 사건을 조롱하는 내용의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고 주장하면서, 학교와 교육당국의 초기 대응이 미흡해 피해가 오히려 커졌다고 비판했다.

사건은 약 5개월 뒤인 올해 4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B양 투신을 막았던 학생의 부모가 자녀의 단체채팅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B양을 상대로 한 집단 괴롭힘 정황을 발견해 학교에 신고한 것이다.

B양 측은 이후 열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도 지난해 11월 투신 시도 사건이 별개의 사안이라는 이유로 심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5월 학교장과 교감이 B양 투신을 막았던 학생의 부모에게 B양 어머니를 설득해 학교폭력 절차를 보류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피해 학생 가족은 가해 학생의 강제 전학을 바랐지만, 학폭위 처분은 출석정지 5일에 그쳤다. 게다가 피해자와 가해자는 학년이 바뀌고 다시 같은 반이 됐다. B양 학급은 제비뽑기로 서로 자리를 뽑는데 B양 옆자리에 가해자가 앉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B양 가족은 딸을 위해 초등학교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채 전학을 고민 중이다.

결국 B양 측은 지난 6월 서귀포경찰서에 당시 교장과 교감, 교무부장 등 학교 관계자들을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당시 학교가 집단 괴롭힘을 당한 학생의 투신 시도 사실을 교육지원청에 유선으로 공유하고 보호자 안내와 긴급회의, 상담 지원 등 학생 보호 조치를 했다고 알렸다. 또 피해 학생의 심리·정서적 안정과 회복을 위해 전문 기관과 협의하고 기존 상담 기관을 통한 상담과 지원이 이어지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4월 학교폭력 신고 이후 즉시 분리와 전담 조사관 조사가 이뤄졌으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도 관련 진술과 자료를 종합해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분은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시민단체와 피해 학부모들은 투신 시도 사건과 사이버폭력, 2022학년도 2학기부터 이어진 학교폭력 사건을 병합해 다시 심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투신 시도와 관련한 공식 문서 보고와 기록 관리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은 스스로 인정하며 사실관계와 조치 내용을 종합적으로 확인·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