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꺾인 韓 '이중 열돔'…비 내린 뒤 다시 찜통더위

사회

뉴스1,

2026년 8월 13일, 오전 06:00

12일 오후 4시 50분 기준 천리안위성 2A호로 본 동아시아 합성영상(기상청 국가기성위성센터 제공) © 뉴스1

동아시아 곳곳을 훑은 태풍이 한반도를 직접 덮치지는 않았지만 주변 기압계를 잇달아 흔들면서 한반도 날씨에도 변화를 줬다. 남중국으로 들어간 제13호 태풍 '돌핀'과 일본 중부를 관통한 제15호 태풍 '찬홈'이 잇따라 소멸하면서 7월 말부터 한반도를 덮고 있던 '이중 열돔' 구조도 약해졌다.

폭염을 이끌었던 두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한반도에는 당분간 비와 소나기가 이어지겠다. 다만 더위가 완전히 꺾이는 것은 아니다. 13일부터 기온이 다시 오르면서 폭염특보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주말을 지나 다음 주에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전망이다.

태풍 '돌핀'·'찬홈' 소멸…'이중 열돔' 흔들린 한반도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는 이날까지 중국 북동지방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겠다. 경상권 해안은 동해 남부 해상에 자리한 저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이 저기압은 전날 태풍 찬홈이 열대저압부를 거쳐 온대저기압으로 변한 뒤 남은 기압계다.

찬홈은 12일 오전 일본 부근을 지나며 열대저압부로 약해진 뒤 같은 날 오후 일본 서쪽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했다. 태풍으로서의 수명은 끝났지만 저기압 자체는 남아 동해안에 동풍을 불어 넣고 비와 강한 바람, 높은 파도를 만드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앞서 돌핀은 중국 동부에 상륙한 뒤 내륙 깊숙이 이동해 11일 오전 상하이 서쪽 약 610㎞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했다. 육지에 들어간 태풍은 따뜻한 바다에서 공급받던 수증기와 에너지가 끊기면서 세력이 빠르게 약해졌다.

그렇다고 태풍의 흔적까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돌핀이 약해진 뒤에도 중국 내륙에는 저기압성 순환과 많은 수증기가 남았다. 천리안위성 2A호 등으로 살펴본 동아시아 일대 일기도엔 중국 내륙의 저기압과 일본 서쪽의 찬홈 후신 저기압이 한반도 양쪽에 자리한 모습이 나타났다. 돌핀의 '남은 열'이 한국까지 직접 넘어와 폭염을 식힌 것은 아니지만, 이들 저기압이 주변 고기압과 바람의 배치를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돌핀의 잔류 기압계는 중국 내륙에서도 열대 수증기를 계속 끌어들이며 폭우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최근 기압계는 7월 말~8월 초 극한폭염 때와는 양상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높은 고도의 티베트고기압과 그 아래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겹쳐 강한 하강기류와 맑은 날씨를 유지했다. 이른바 '이중 열돔'이다.

제15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 송도해수욕장 백사장으로 높은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이날 아침 수상오토바이와 제트보트가 파도를 피해 백사장으로 올라와 있다. 2026.8.12 © 뉴스1 최창호 기자

최근에는 태풍과 저기압이 잇따라 이동하고 한반도 북동쪽의 고기압까지 자리를 잡으면서 이 두 고기압의 연결이 느슨해지고 동쪽에서 상대적으로 선선한 공기가 유입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다만 '한반도 미상륙 태풍이 열돔을 깨뜨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 자체의 위치와 세력 변화가 폭염 완화의 기본적인 배경이고, 돌핀과 찬홈 등 주변 열대저기압은 이미 변화하고 있던 동아시아 기압계를 추가로 흔든 요인에 가깝다.

중·일엔 직접 피해…잔류 저기압에 동해안·내륙 비 소식
올해 동북아에서는 태풍 활동이 유난히 활발하다. 17호 태풍 '낭카'까지 발생하면서 1~8월 평년 태풍 발생 수인 13.5개를 이미 넘어섰지만, 한국에 상륙한 태풍은 아직 없다. 올해 첫 영향 태풍으로 기록된 '장미'도 남해 먼바다에만 영향을 미쳤다.

한국을 비껴간 태풍들은 중국과 일본에서는 직접 피해를 냈다. 돌핀은 중국 저장성에 상륙한 뒤 상하이 등 동부지역에 폭우를 퍼부어 지난 10일 상하이에서 항공편 943편이 취소됐고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이후 잔류 저기압이 중국 중부와 베이징까지 북상하면서 베이징에서는 버스 노선 250개가 중단되고 관광지 150곳이 폐쇄됐다.

찬홈은 일본 이바라키현 남부에 상륙해 일본 열도를 지나면서 7명이 경상을 입었고 한때 2만2000가구 이상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항공편 약 60편이 취소됐고 도쿄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지는 피해도 발생했다.

찬홈이 남긴 저기압의 영향으로 한국 동해안에도 비가 이어지겠다. 강원 동해안·산지와 경북 동해안·북동 산지에는 14일까지 10~50㎜, 울릉도·독도에는 30~80㎜가 예상된다. 13일 부산·울산과 경남 남해안·동부 내륙에도 10~40㎜의 비가 내리겠다.

내륙에서는 소나기가 잦겠다. 13일 오후부터 저녁 사이 충청 내륙과 전남 동부 내륙·전북 동부에는 5~20㎜, 대구·경북 내륙과 경남 중·서부 내륙에는 5~40㎜가 예상된다. 14일에는 서울·인천·경기 남부와 강원 내륙,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까지 소나기 지역이 확대돼 5~40㎜가 내릴 수 있다.

동해를 중심으로 바람과 파도도 강하다. 울릉도·독도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졌고 동해 중·남부 상당수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됐다. 동해안과 남해안, 제주 해안에는 강한 너울이 밀려들 전망이다.

잠시 주춤한 더위 다시 오른다…다음 주까지 폭염·열대야 지속
비가 온다고 더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13일부터 다시 기온이 오르면서 폭염특보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13일 아침 최저기온은 19~24도, 낮 최고기온은 26~34도다. 14일에는 아침 20~24도, 낮 27~35도로 낮 기온이 더 오르겠다. 수도권과 충남,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고체감온도도 33도 안팎까지 상승하겠다.

토요일인 15일부터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날씨가 다시 바뀐다. 15일 제주에 비가 내리고 서울·인천과 경기 남부 내륙, 강원 내륙, 충청권과 남부 내륙에는 소나기가 예상된다. 일요일인 16일에는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북동진하는 저기압이 접근해 전라권에서 시작한 비가 충청과 경남 서부를 거쳐 밤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비가 지나간 뒤에는 다시 무더운 공기가 한반도를 덮을 가능성이 크다. 다음주 18~22일에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드는 날이 많겠고 아침 기온은 23~26도, 낮 기온은 30~34도로 평년보다 높겠다. 최고체감온도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33도 이상으로 오르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전망이다. 당분간은 태풍과 저기압이 만든 비와 소나기 사이로 기온이 다시 오르는 '오락가락'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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