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암2리 주민 100여명에게 광암보건진료소는 최고의 의료기관이다. 평소에는 혈압약과 당뇨약, 소화제를 타갈 수 있고 이렇게 공보의 순회진료라도 있는 날에는 동네 주민이 북적북적 모인다.
정희경 보건진료소장이 주민들에게 쏟는 관심도 각별하다. 이날 이명화(85) 할머니는 정 소장의 차를 타고 건강증진실에 도착했다. 다리가 저려 바닥에 주저앉은 이 할머니가 정 소장의 안부전화에 “못 걷겠다. (진료소에) 못 가겠다” 하자, 정 소장은 한달음에 차를 몰고 달려왔다.
같은 날, 광암보건진료소에서 2㎞ 남짓 떨어진 청양군 야광길. 이곳에 사는 김순분(77) 할머니의 사정은 딴판이다. 진료소로 향하는 버스는 하루 3~4차례뿐이다. 목적지에서 멀찍이 떨어진 정류장에서 내려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꼬박 1.5㎞를 걸어야 한다. “젊었을 때는 걸어서 왔다갔다” 할 정도의 거리였지만 80줄을 바라보는 지금은 아니다.
운곡면보건지소도 7㎞ 거리에 있지만 버스는 인근 정류장에 하루 두 번만 멈춘다. 그곳에 가느니 “하루를 통째로 빼고” 청양군 읍내의 보건의료원이나 예산군에 있는 큰 병원을 찾는다. 지방자치단체가 의료 서비스를 버젓이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에서도 고령층을 위한 ‘농촌형 교통모델’을 도입했으나 현실적 한계가 있다. 택시를 1000원 정도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반응은 좋지만 모든 고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상당수 지자체가 버스정류장에서 최소 500m~1㎞ 이상 떨어진 마을만 지원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서다. 80대를 넘긴 노인에게는 정류장까지 수백m를 걷는 것조차 쉽지 않고, 정류장이 가깝다고 버스가 자주 다니는 것은 아니어서 사각지대가 남는다.
최근 공보의가 급감하며 보건진료소 부담이 커진 탓에 근방의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닐 수도 없다. 한 보건진료소장은 “정말 거동이 어렵다는 게 증명되기 전까지는 집집마다 약을 가져다주거나 진료할 수도 없는 현실”이라며 “오후에 방문진료라도 나가려고 하면 인근 어르신이 방문해 진료시간에 자리를 비웠다고 불편함을 호소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시설을 면 단위까지 촘촘하게 유지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공보의협의회에 따르면 2023년 전국 보건지소 1228곳 중 791곳(64.4%)은 하루 평균 진료 환자가 5명에 그쳤다.
이에 의료인력을 읍 단위 거점에 집중하면서 마을과 의료기관을 잇는 교통수단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의료시설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주민이 실제 의료서비스에 닿을 수 있도록 체계를 짜야 한다는 취지다.
박재일 대한공보의협의회 회장은 “현실적으로 면 단위의 작은 지역까지 전부 살릴 수 있는 지역 정책을 만들기란 어렵다”며 “지속가능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읍’ 단위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