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달라” vs “갈 곳 없다”…인천공항 노숙인 두고 시끌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13일, 오전 06:52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연이은 폭염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이 늘면서 이들을 퇴거시키려는 공항공사와 인권단체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한켠에서 60대 노숙인이 자신의 짐을 이곳으로 옮겨 사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한켠에서 60대 노숙인이 자신의 짐을 이곳으로 옮겨 사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천공항에서 2주 이상 장기 체류하고 있는 노숙인은 16명으로 파악됐다.

일부 노숙인이 공항 내 좌석 여러 개를 차지한 채 짐을 쌓아두거나 화장실에서 씻고, 음주 또는 욕설·고성 등으로 다른 이용객과 마찰을 빚는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악취와 욕설·고성, 음주 등 관련 민원은 총 24건 접수됐다.

이에 공사는 지난달 30일 공항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의 물건에 퇴거명령서를 부착했다. 명령서에는 퇴거 요구에 불응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공항시설법 제56조 제7항에 따라 공항 내 노숙 행위는 금지돼 있으며 공항운영자는 위반행위를 제지하고 퇴거를 명할 수 있다.

공사 측은 “원활한 공항 운영과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 관련 법령에 따라 노숙인을 계도하고 자발적인 퇴거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리스행동은 전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퇴거 조치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공항공사의 노숙인 퇴거 조치는 홈리스를 다른 공공공간으로 밀어내는 길을 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홈리스는 적절한 주거를 잃은 사람”이라며 “공원과 역사, 터미널, 공항 등 공공공간은 주거를 잃은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 마지막으로 머물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공공간을 본래의 목적이나 용도와 다르게 이용한다는 이유로 노숙인을 단속하고 퇴거시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엑스 캡쳐)
(사진=엑스 캡쳐)
온라인에서도 퇴거 조치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한 누리꾼은 “공항은 복지시설이 아니다. 사람은 보호하되 공공질서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퇴거 조치에 힘을 실었다.

반면 일각에서는 갈 곳 없는 노숙인을 공항에서 내보내는 것만으로는 다른 공공장소로 이동시키는 데 그칠 뿐이라며 퇴거에 앞서 머물 곳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누리꾼은 “퇴거 명령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동시에 그들을 돌보는 정책도 같이 병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항공사는 노숙인을 단순히 공항 밖으로 내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활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임시주거·일자리 지원, 기초생활보장 등 관련 정책 참여도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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