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말 믿고 모텔서 옷 벗었는데…" 67억 뜯어낸 피싱 수법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13일, 오후 01:35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모텔에 ‘셀프 감금’시킨 뒤 나체 사진을 촬영하게 하고, 사건 해결 공탁금 명목으로 67억원 상당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활동, 전기통신사기환급법 위반,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피싱 조직원 11명을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5년 5월부터 12월까지 피해자 68명으로부터 약 67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중국인 총책을 중심으로 태국 방콕에 콜센터 사무실과 숙소 등 물적 설비를 마련한 뒤, 한국인 공동 총책과 하부 조직원을 영입해 총 24명(한국인 20명, 중국인 4명) 규모의 범죄단체를 결성해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이들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조직원들의 역할을 1선(수사관), 2선(검사), 3선(금감원 직원)으로 철저히 나누어 치밀하게 접근했다.

먼저 1선 조직원은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검찰 수사관을 사칭했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자금세탁 범죄에 연루되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속인 뒤, 가짜 검찰청 사이트로 접속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위조된 범죄자금 단속 통보서와 구속영장을 확인시켜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유발했다.

이어 2선 조직원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를 사칭해 접근했다. 이들은 “약식 조사가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을 모텔로 유도한 뒤 위조된 보호관찰서와 신체검사서를 전송했다. 그러고는 “구속 전 임시 보호관찰 절차”라며 피해자에게 옷을 모두 벗게 한 뒤 이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전송하도록 강요했다.

마지막으로 3선 조직원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접근한 뒤, 형사처벌을 피하려면 공탁금을 걸어야 한다고 속여 금융감독원 명목 계좌로 약 67억 원 상당을 편취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위조한 보호관찰서와 신체검사서(사진= 서울경찰청)
보이스피싱 조직이 위조한 보호관찰서와 신체검사서(사진= 서울경찰청)
총책은 조직원들의 실적에 따라 1선에서 3선으로 승진시키며 편취금의 4%(1선), 10%(2선), 13%(3선)를 수당으로 차등 지급했다. 또한 조직원들의 여권을 빼앗아 보관하고 근무수칙 위반 시 폭언과 폭행, 여권 공개 협박 등으로 조직 기강을 엄격히 관리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4일 태국 현지에서 검거된 한국인 조직원 9명을 국내로 송환해 전원 구속 조치하고, 국내에 입국해 있던 조직원 2명도 추가로 붙잡았다.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금 1억 5700만 원 상당은 기소 전 추징 보전했으며, 미검 피의자 9명에 대해서는 적색수배를 내리고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나 금감원 등 어떠한 국가기관도 모텔에서 신체수색을 하거나 사건 해결 명목으로 공탁금을 이체받는 경우는 없다”며 “이러한 요구를 받을 경우 절대 응하지 말고 즉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