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제8차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날 AI시대 미래교육방향 국민의견수렴 분석 결과 보고 등을 논의했다. 2026.8.13 © 뉴스1 김명섭 기자
국가교육위원회가 추진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서·논술형 평가를 둘러싸고 사교육 확대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폭넓은 독서만 해두면 충분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교육계에서는 고부담 입시에 서·논술형이 도입될 경우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차 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능 서·논술형 평가가 또 다른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의 지적에 "논·서술형 시험 기술을 익히기 위해 학원에 갈 필요는 없다"며 "만약 도입된다면 각 가정과 학생들이 할 일은 폭넓게 독서를 해두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차 위원장은 서·논술형 평가가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평가하는 방식인 만큼 별도의 시험 기술을 익히기 위한 학원 수요는 크지 않고 공교육에서 해결 가능한 영역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현재 대학별 논술전형은 물론 의학전문대학원(MEET)·법학전문대학원(LEET), 공공기관 논술시험 등을 겨냥한 전문 학원이 이미 운영되고 있다. 평가 기준과 답안 작성 방식, 첨삭 등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시장이 형성된 만큼 수능도 예외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수능처럼 전국 단위 고부담 시험에 서·논술형이 도입되면 출제 유형 분석과 첨삭, 모범답안 작성 등을 앞세운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기존 통계로도 이를 전망할 수 있다. 교육부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학생 논술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39.4% 증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서·논술형 평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뒷받침할 학교 여건 없이 대입에 확대하면 사교육과 학교 현장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독서와 공교육만으로 충분하다는 말이 현실이 되려면 이를 가능하게 할 학교의 조건부터 갖춰져야 한다"며 "학생들이 충분히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며 교사에게 개별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려면 과밀학급 해소와 교원 확충, 수업 및 평가 업무를 감당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논술형 평가는 객관식보다 출제와 채점, 피드백에 훨씬 많은 시간과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이 같은 조건을 갖추지 않은 채 평가 방식만 확대하면 학교 현장의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고 했다.
교사노조연맹도 "서·논술형 평가의 교육적 취지에는 공감하나 대입 경쟁은 그대로인데 시험 형식만 바꾼다고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문제풀이 사교육에 더해 논술 첨삭과 답안 작성 훈련 사교육까지 더해질 가능성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교원단체는 정책 추진 절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사후통보식으로 수능 서·논술형, 절대평가 전환 등 대입 개편 방향의 답을 정해놓은 찬성자 위주의 논의 구조로는 학생·학부모·교원의 동의는 물론 성공적인 대입 개편도 이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교위는 이달 인천·전남·광주·대구에서 학생·학부모·교사 등이 참여하는 '미래 대입제도 방향' 현장 토론회를 개최한다. 국민참여위원 200명은 1박 2일 숙의를 통해 대입 개편 방향과 내신·수능 서·논술형 도입 여부를 논의한다. 온라인 의견수렴도 14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다. 국교위는 이를 토대로 10월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마련한 뒤 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3월 최종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cho@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