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돌핀'이 끌어올린 수증기…가뭄 남부에 최대 150㎜ 비, '단비' 될까

사회

뉴스1,

2026년 8월 16일, 오전 07:15

지난 12일 오전 제15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 송도해수욕장 백사장으로 높은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이날 아침 수상오토바이와 제트보트가 파도를 피해 백사장으로 올라와 있다. 2026.8.12 © 뉴스1 최창호 기자

짧은 장마와 극한 폭염이 지나간 자리에 메마른 땅이 남았다. 남부를 중심으로 농업·생활용수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광복절 연휴 전국에 비가 예보됐다. 다만 많은 비는 남해안과 지리산, 제주에 집중될 전망이다. 가뭄 지역에는 저수지를 채우는 단비가 될 수 있지만, 마른 땅에 짧고 강한 비가 쏟아지면 침수 등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비는 태풍이 직접 한반도에 상륙해 내리는 비는 아니다. 제13호 태풍 '돌핀'이 중국에서 약화한 뒤 남은 저기압이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를 끌어올리면서 전국에 비를 뿌릴 전망이다. 특히 남해안과 지리산, 제주 산지를 중심으로 강한 비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장마 뒤 세력이 약해진 태풍이 남긴 수증기가 정체전선과 만나 가뭄을 누그러뜨린 사례가 있었다. 강풍 피해는 비교적 작고 필요한 지역에 비를 남긴 태풍은 비공식적으로 '효자 태풍'으로 불렸다. 다만 같은 태풍도 지역과 강수 강도에 따라 단비와 재해를 동시에 남겼다. 이번 비가 남부 가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강수량뿐 아니라 비가 내리는 위치와 시간에 달렸다.

6곳 중 1곳 생공용수 가뭄…경남권 농업 저수지 평년 25% 수준인 곳도
1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행정안전부, 기상청 등에 따르면 국가가뭄정보포털 집계상 전국 167개 시군 가운데 26곳(15.6%)이 생활·공업용수 가뭄 단계다. 영향 인구는 658만8000명이다. 최근 1년 누적 강수량은 1081.0㎜로 평년의 81.1%에 그쳤다.

지난 14일 기준 전국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43.9%였다. 경남은 31.9%로 평년 70.0%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남강댐 24.8%, 밀양댐 31.3%, 운문댐 24.4% 등 주요 댐도 낮은 수준이다. 경남에서는 5703농가, 2121헥타르(㏊)에서 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내려 물탱크차 200대와 소방대원 400명을 투입했다.

광복절 연휴 마지막 날인 17일까지 전국에 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비를 직접 내리는 기압계는 태풍이 아니라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서해로 이동하는 저기압이다. 이 저기압은 중국에 상륙한 제13호 태풍 돌핀이 약화한 뒤 남은 저기압이다.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까지 끌어올리면서 14일 예보 기준 부산·울산·경남에 50~100㎜, 호남과 대구·경북에 30~80㎜의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다. 경남 남해안과 지리산, 제주 산지에는 150㎜ 이상 내릴 수 있다. 16일에는 남해안과 지리산, 제주 산지를 중심으로 시간당 30~50㎜의 강한 비가 집중될 전망이다.

경남 가뭄을 해소하려면 수일간 200㎜ 안팎의 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비가 토양과 밭작물을 적시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저수지 회복 여부는 댐 유역에 얼마나 고르게 내리는지에 달렸다. 비가 짧은 시간에 집중되면 해갈 효과보다 농경지 침수와 하천 범람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 과거에는 세력이 약해진 태풍이 정체전선과 만나 넓게 비를 뿌리며 가뭄을 누그러뜨린 사례가 있었다.

가뭄 적신 태풍도 피해 동반…접근 전 약해져 비 남겨
1994년 제13호 더그는 강한 북태평양고기압에 막혀 제주 서쪽에서 느려졌다. 가장 강할 때 중심기압은 925hPa였지만 대만·중국 육상을 거친 뒤 제주 영향권 진입 때 970hPa, 제주 북서쪽에서는 990hPa까지 약해졌다. 해남 189㎜, 전남 해안과 제주에 100~190㎜의 비가 내려 호남의 가뭄과 폭염을 누그러뜨렸다. 뒤따른 제14호 엘리도 서남부에 비를 보탰다. 그러나 더그로 38억원의 재산 피해와 농경지 75㏊가 침수됐다.

2015년 제9호 찬홈은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쪽으로 물러난 뒤 그 남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중국 연안에서 서해로 북상했다. 중심기압은 가장 강할 때 935hPa에서 국내 영향 시작 때 960hPa, 제주 서쪽 통과 때 975hPa로 약해졌다. 화천 118㎜, 강화 89㎜ 등 중북부에 비를 뿌려 가뭄과 댐 수위 회복에 도움을 줬다. 다만 당시 1명이 숨지고 전남 농경지 약 400㏊가 침수됐다.

2019년 제5호 다나스 때는 남부에 장마전선이 걸린 상태에서 태풍의 열대 수증기가 전선을 활성화했다. 가장 강할 때도 985hPa였고 국내 비가 시작될 무렵 990hPa 안팎, 진도 서쪽에서는 992hPa의 열대저압부로 약해졌다. 전라권엔 최대 300㎜ 넘는 비가 내려 단비라는 평가가 나왔다. 피해가 아예 없던 건 아니다. 제주 산간에 1000㎜가 쏟아졌고 주택 9채와 농작물 2243㏊가 피해를 봤다. 전남 농경지도 928㏊가 침수됐다.

세 태풍의 공통점은 하나의 기압 배치가 아니라 국내에 접근할 무렵 세력은 약해졌지만 남은 수증기가 가뭄 지역에 비를 공급했다는 데 있다. 더그는 강한 북태평양고기압에 막혀 서해에서 느려졌고 찬홈은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서해로 북상했으며 다나스는 남부의 장마전선을 활성화했다.

이번 비 역시 태풍 돌핀이 중국에서 약화한 뒤 남은 저기압이 남쪽의 수증기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광복절 연휴에 예보된 저기압성 강우 역시 해갈에 일부 도움이 되겠으나 곳에 따라 강하게 내릴 전망이라 가뭄 지역의 실제 강수량과 저수지 유입량, 침수 피해가 이번 비의 '효자'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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