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라봉은 반개씩만 배식됐나…퇴근길 부식 빼돌린 육군 급양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16일, 오후 01:34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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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군대 부식 횡령과 직권남용, 언어폭력 등으로 강등 처분을 받은 육군 급양관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행정1부(김병철 부장판사)는 육군 상사 A씨가 소속 사단장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육군 7사단 모 대대 급양관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4월 △군수품 횡령 △직권남용으로 인한 타인 권리침해 △언어폭력 등 성실·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강등 징계처분을 받았다.

A씨는 부대에 보급된 한라봉, 포도, 딸기 등 과일 상자와 냉동 라즈베리, 요거트 등 부식류를 빼돌려 집으로 가져간 혐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1인당 1개씩 배식돼야 할 한라봉이 반개로 줄어들기도 했다. 또한 허브솔트 수개를 집어 가거나, 임의로 ‘근무병’ 직책을 만들어 하급자에게 회의 자료 작성 등 자신의 업무를 떠넘긴 혐의도 포함됐다.

A씨는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부식 횡령에 대해 “쌈 채소 약간을 가져가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양념류를 폐기했을 뿐 과일이나 유제품을 빼돌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행정업무 전가에 대해선 “컴퓨터 활용 능력이 부족해 부탁한 공적 업무”라고 해명했다.

막말 혐의에 대해서도 “업무 독려 과정에서 다소 거친 표현을 썼을 뿐 언어폭력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30년 이상 성실히 복무했고, 강등 시 정년 초과로 사실상 해임되는 불이익을 받는다”며 처분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핵심 혐의인 부식 횡령을 비롯해 직권남용, 일부 막말 혐의를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특히 부식 횡령 혐의와 관련해 재판부는 취사병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 취사병들은 “일과 후 혼자 취사장에 들어와 대용량 봉지에 표고버섯, 과일 등을 담아갔다”, “라즈베리를 A씨 차량에 실어줬다”, “퇴근 후 과일 상자가 사라졌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재판부는 급양관으로서 A씨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식재료가 박스째 사라져 계획된 배식이 차질을 빚었다면 급양관으로서 범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했어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쌈 채소나 표고버섯 꼭지 몇 개를 가져가려고 일과 후 혼자 취사장에 들어갔다는 A씨의 해명이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을 지적하며 A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또 허브솔트를 폐기하려 했다는 주장 역시 조리병에게 사용법을 물어본 뒤 챙겨간 정황을 볼 때 유통기한 도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언어폭력 혐의 중에서는 진급평가 뜀걸음에서 불합격한 병사에게 “그것도 못 하냐, 좆 잡고 반성하라”고 한 발언이 징계사유로 인정됐다. 반면 업무 실수나 창고 관리 과정에서 한 “타 중대로 가라”, “때려치워라” 등의 발언은 군 조직 특성상 실수 예방을 위한 불가피한 훈계로 보아 징계사유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일부 막말 혐의가 제외되었음에도 강등 처분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비록 횡령 가액이 크지 않더라도, 식재료를 적정히 관리해 장병들에게 건강한 식사를 제공해야 할 급양관이 식료품을 빼돌려 급식의 양과 질을 떨어뜨린 비위는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징계양정기준상 파면까지 가능한 사안임에도 강등 처분이 내려진 것”이라며 “강등으로 정년이 도과해 전역하게 되는 것은 사실상의 불이익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군 조직의 효율성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라는 공익이 A씨가 입을 불이익보다 결코 작지 않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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