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수술 후 다리 마비…대법 "의료진 과실 인정 여지" 파기환송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17일, 오전 09:34

[이데일리 성가현 기자] 허리 수술을 받은 뒤 하반신 마비·배변장애 등 마미증후군을 겪은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병원 측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수술 외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고 자기공명촬영(MRI) 판독 소견과 진료기록이 일치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1)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9일 A씨가 의정부 소재 B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단을 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4월 허리 통증 및 다리 저림 증상 등으로 B 병원에 내원해 요추 2·3번 추간판 탈출증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같은 해 5월 척추내시경을 통한 추간판 제거술을 받았다. A씨는 수술 하루 전 수술 후 회복단계에서 척수 및 신경근손상, 마미증후군, 일시적 감각 또는 근력저하가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수술동의서에 서명했다.

수술 직후 A씨는 우하지 마비, 허리통증, 우측 무릎 및 발목 통증, 배변장애 등을 겪기 시작했다. 이에 병원 의료진은 같은 해 6월 요추체간 유합술 및 요추고정술을 추가 시행했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A씨는 타병원으로 전원해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재활치료를 해야 했다. 신체감정의는 A씨의 증상이 마미증후군에 부합한다는 소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A씨는 의료상 과실로 신경 손상이 발생해 병원이 2억 257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술 과정에서 신경을 과도하게 견인하거나 기구 삽입 조작에 의해 원고에게 신경 손상 등이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어 피고 측의 의료상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병원에 A씨에 1억 2277만원 상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수술 특성상 의료진이 최선의 주의를 다해도 불가피하게 신경학적 이상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수술 후 발생한 원고 증상이 이 사건 수술의 예상 가능한 후유증 또는 합병증에 해당한다는 이유 등으로 A씨의 의료상 과실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에 의료상 과실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의료행위의 특수성상, 의료상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그 증상이 의료상 과실에 의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A씨가 이 수술로 인해 마미증후군에 부합하는 증상을 보였다는 신체감정의 감정의견이 있을 뿐만 아니라 A씨가 겪은 증상의 원인으로 수술 외 다른 객관적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봤다.

또 A씨가 수술 직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 실시한 요추 MRI에서 혈종 및 그로 인한 신경 압박 등의 증상이 발생했으나 의료진이 적시에 필요한 의료적 조치를 시행했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는 데 주목했다.

오히려 수술기록지에는 ‘수술 중 특별한 사건은 없었고 환자 상태는 안정적이다’, 간호기록지에는 ‘주치의가 수술 직후 찍은 MR상에는 특이소견 없이 수술 잘 됐다고 설명함’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해당 기록을 검토한 진료기록 감정의의 ‘의료진이 일반적으로 기울여야 할 주의를 기울여 수술을 시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기록은 발견하기 어렵다’는 감정의견을 주요 근거로 삼았는데 이를 신뢰할 수 없다고 봤다.

아울러 전체 추간판탈출증 환자의 0.12%에게서만 발생하는 마미증후군의 매우 낮은 자연발생빈도 등을 종합하면 A씨의 증상이 의료상 과실에 따른 것이라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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