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영 법무법인 원 변호사. (사진=원 제공)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과 제도 역시 이런 점을 전제로 발전해 왔다. 반복성, 업무 관련성, 지위관계, 객관적 정황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만으로 결론에 도달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이 점은 일하는 사람의 마음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은 오랜 시간 자신이 원하는 일을 꿈꾸고 준비한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한 뒤 더 자주 듣게 되는 말은 의외로 단순하다. “일 자체는 좋아요. 그런데 회사가 힘들어요.” 우리는 직업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까지 함께 기대하기 때문이다. 좋은 동료, 공정한 평가, 성장하는 경험, 존중받는 관계까지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의 직장은 종종 다르다. 피드백은 예상보다 거칠고, 의사결정은 완전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생각보다 여유가 없다. 특히 하급자의 위치에서는 작은 피드백 하나도 존재 전체에 대한 평가처럼 느껴질 수 있다. 설명 없는 업무 수정은 배제로 읽히고, 무심한 태도는 거절로 해석되기도 한다.
물론 모든 불편함을 오해로 돌리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복적인 배제와 모욕, 부당한 지시는 분명 문제로 읽어야 한다. 다만 그 전에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질문해볼 수 있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인가, 아니면 사실 위에 덧붙인 해석인가. 회사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조금 덜 추론하고, 조금 더 묻고, 조금 더 기록하는 것이다.
직장을 오래 다닌다는 것은 결국 일을 배우는 과정인 동시에, 사람과 조직을 성급하게 해석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노동 현장을 오래 지켜볼수록 확신하게 되는 것이 있다. 좋은 조직은 사람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다. 좋은 구성원 역시 상대를 쉽게 결론내리지 않는다. 결국 함께 일한다는 것은, 사실과 해석 사이의 거리를 조금 더 신중하게 다루는 일이 아닐까.
■강서영 변호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2회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로스쿨 방문학자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현)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 자문위원 △(현)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현)법무법인 원 소속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