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하루새 577㎜…'2002년 태풍 루사' 이후 최대 강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17일, 오후 02:27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경남 거제에 17일 하루에만 57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전국적으로 봐도 손꼽히는 기록적인 강수량이다.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의 한 상가 지하주차장이 집중호우로 침수되자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가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투입해 배수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소방청)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의 한 상가 지하주차장이 집중호우로 침수되자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가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투입해 배수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소방청)
기상청에 따르면 거제에는 이날 오후 1시까지 577.4㎜의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1972년 1월 24일 거제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일강수량 신기록이다. 기상청이 순위를 관리하는 전국 97개 종관기상관측지점의 역대 일강수량 가운데서도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거제보다 많은 비가 내린 사례는 2002년 제15호 태풍 루사가 상륙했을 당시 강릉(같은 해 8월 31일 870.5㎜)과 대관령(같은 날 712.5㎜) 두 차례뿐이다.

거제와 인접한 통영도 17일 오후 1시까지 일강수량이 409.7㎜에 달해 1968년 1월 1일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거제에는 이날 오전 1시 32분부터 1시간 동안 124.5㎜의 ‘극한호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1시간 강수량 기준으로도 거제 관측 이래 최고치다. 종전 기록은 2001년 7월 5일의 96.5㎜였다. 거제 일운면 서이말에는 0시 21분부터 1시간 동안 100.5㎜,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는 오전 2시 59분부터 1시간에 101.5㎜의 비가 각각 내렸다. 올여름 들어 1시간 100㎜ 이상 호우가 관측된 것은 거제와 가덕도가 처음이다. 통영에서도 오전 5시 11분부터 1시간 동안 97.4㎜가 내려 기상관측 이래 1시간 강수량 신기록을 세웠다.

기상청은 이번 비가 거제에서는 200년에 한 번, 통영에서는 1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 있는 수준으로 거세게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강수가 시작된 이후 17일 오후 1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거제 851.1㎜, 통영 704.8㎜, 가덕도 441.0㎜, 경남 사천(삼천포) 380.5㎜, 제주 한라산(남벽) 377.0㎜ 등으로 남해안과 제주 산지에 비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제와 통영의 평년(1991~2020년 평균) 여름철 강수량은 각각 935.1㎜, 728.8㎜다. 두 지역 모두 여름 한 철 내릴 비의 90% 이상이 사흘도 안 되는 기간에 쏟아진 셈이다.

광복절 연휴 남해안과 제주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데는 남쪽에서 유입된 고온다습한 공기가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13호 태풍 돌핀이 약화한 저기압이 우리나라 남서쪽에서 북동진하면서 반시계 방향의 바람을 따라 많은 양의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됐다.

저기압이 한반도에 가까워지면서 비구름은 더욱 강하게 발달했다. 북동쪽에 자리 잡은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강해졌고, 이 바람이 남해안과 제주의 지형과 부딪히면서 강한 비구름대를 형성했다.

평년보다 따뜻한 바다도 강수량을 키웠다. 당시 남해 해수면 온도는 27~28도로 평년보다 높았다. 따뜻한 바다에서 공급된 수증기가 강한 남풍을 타고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남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기록적인 강수량을 기록한 것으로 기상청은 분석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1시 50분 기준 극한호우를 몰고 온 비구름대가 대체로 우리나라를 빠져나간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경남과 제주에는 밤까지 가끔 비가 이어지겠고, 중부지방과 호남, 경북에는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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