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토론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이날 발제를 맡은 장봉식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위원)는 “현행 민사소송법상 패소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변호사 보수도 대법원 규칙이 정하는 범위에서 소송비용에 포함된다”며 “공익소송이라는 이유로 패소자의 비용 부담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현재 마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 생명·건강·안전·인권·소비자 권익 등 공공의 이익에 관한 소송에서 당사자의 사정과 소송의 성격·경위 등을 고려해 법원이 패소자의 소송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계류돼 있다. 장애인 차별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소송에서 공익성과 패소 사유 등을 고려해 당사자가 각자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이와 관련 장 변호사는 “더 이상 논의를 갖고 입법을 미루기보다는 입법을 하고 실제 사안에 적용해 보면서 검토하는 과정이 이제는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 실무에서 현행법 해석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원 장애법연구회 소속 여동근(사법연수원 43기) 수원고등법원 판사는 “일부 패소 사건은 법관의 재량으로 소송비용 부담을 조정할 여지가 있지만 전부 패소한 사건의 경우 현행 규정의 해석만으로 비용 부담을 면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보수는 일부 감액할 여지가 있어도 감정비용 등까지 포함하면 해석론만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 판사는 “명확한 기준, 공익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소송비용을 이례적으로 정하기가 사실 부담스러운 건 맞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공익소송 개념의 정확한 정의”라고 말했다.
특히 공익소송 원고뿐 아니라 승소한 상대방의 권리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공익성을 이유로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하도록 하면 승소한 상대방의 소송비용 상환청구권을 제한하는 결과가 되는 만큼 이를 정당화할 수 있도록 공익소송의 정의와 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여 판사는 “공익소송을 제기하는 당사자 입장도 중요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소송을 제기당해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고 승소했는데 변호사 비용은 누가 떠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패소자 부담 원칙의 문제는 전부 패소한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창우 대한법률구조공단 천안지부 변호사는 일부 패소 사건에서도 통상 청구금액과 인용액 비율에 따라 소송비용을 부담한다며 “공익소송이나 의료소송, 보험금소송 등에서 소액의 배상만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금보다 더 많은 소송비용을 국가나 의료기관, 보험회사에 물어줘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비용 부담이 실제 소송 제기를 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다은 변호사(전 광주광역시 의원)는 “현장에서 상담을 하면서 발목을 잡는 건 ‘제가 상대방 변호사 비용까지 내야 돼요?’라는 말”이라며 “아무리 공익적 의미를 설명하고 설득해서 결심하다가도 마지막에 이 말이 나오면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익소송은 승소했을 때 이익이 사회 전체에 돌아가는 반면 패소 위험은 개인이나 공익단체가 부담한다면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대형 로펌을 선임한 대기업을 상대로 한 경우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 개선 과정에서는 공익소송의 범위와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엄자혜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차장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공익소송의 구체적인 판단 요소를 정리해 관계기관에 의견을 제시하고, 공익소송비용심의위원회가 설치될 경우 실제 공익소송을 수행해온 변호사들의 경험을 심의 기준과 운영 과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엄 사무차장은 “공익소송의 범위와 면제 절차는 국민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면서도 새로운 유형의 공익소송을 포섭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경제적 부담 때문에 국민의 재판청구권과 공권력에 대한 사법적 통제 기능이 형해화되지 않도록 현행 소송비용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