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성과급·하청 교섭 요구에 산업계 위기…노봉법 개정만이 답"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24일, 오전 05:01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에서 부작용이 이미 확인되고 있습니다. 시행령이나 지침을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혼란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보완 입법이 필요합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하청 교섭과 노동쟁의 범위를 둘러싼 현장 혼선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19일 기준 1161개 하청노조가 439개 원청기업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다. 지금은 이보다 훨씬 더 늘었을 것이라는 게 산업계 관측이다. 또 노동위원회는 총 113건 중 91%에 이르는 103건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화오션처럼 노동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경영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거나, 공장 이전 혹은 인공지능(AI)·로봇 도입에 따른 갈등 우려도 뒤따른다.

그는 노란봉투법 2조의 모호성을 현 혼란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면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한 조항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모호하고,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한 부분이 노사 갈등과 법적 분쟁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고용노동부에 기업 투자나 공장 증설 같은 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다 명확히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시행령이나 행정지침으로 해석 범위를 좁히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이 부회장의 설명이다.

다음은 이 부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며 경영계 부담 우려가 나온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근로계약에 따른 노동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과는 다르므로 단체교섭이나 노동쟁의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노동계의 주장대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교섭 대상으로 삼을 경우 기업이 스스로 벌어들인 이익마저 투자로 활용하지 못하고 노사간 배분 갈등과 파업으로 이어져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많은 기업이 이미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데 왜 ‘N%’가 붙으면 문제가 되는 것인가.

“기업이 좋은 성과를 냈다면 자체 판단으로 구성원에게 충분히 보상할 수 있다. 그런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정해 놓고 노동쟁의를 통해 받아내는 구조가 고착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기업 이익은 미래 투자에도 써야 하고 주주 환원과 고용에도 활용해야 하는데 일정 비율을 무조건 성과급으로 배분하게 되면 위기 대응 여력과 투자 재원이 줄어든다. 당장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보다 노사가 함께 경쟁력을 높이고 더 큰 성과를 만들어 공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하청노조의 원청기업 직접 교섭 요구에 따른 갈등도 커지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국 법원으로 가야 한다. 한화오션도 중노위 판단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기업이 생산과 투자에 써야 할 시간과 비용을 법적 분쟁에 쓰게 되는 것이다. 결국 좋아지는 곳은 로펌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

-이 역시 원청 사용자성의 기준인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그렇다. 급식, 청소처럼 전문업체에 아웃소싱한 업무까지 원청이 모두 교섭 상대가 되는 게 맞느냐는 문제는 따져봐야 한다. 산업 안전처럼 특정 사안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해당 사안에 대해 교섭할 수는 있겠지만, 일단 교섭 테이블에 앉으면 임금, 복지 등 다른 요구까지 함께 나오는 게 현실이다.”

-호남 반도체 공장이나 AI·로봇 도입도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 조짐이다.

“노란봉투법에서 쟁의 대상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했는데 사실 모든 경영상의 결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새 공장을 지으면 기존 인력이 일부 이동할 수 있고 AI·로봇을 도입하면 업무 방식이 변한다. 법에 해당 문구를 유지하려면 최소한 공장 신설이나 AI·로봇 등은 제외한다고 명확히 써줘야 한다. 그런 결정은 경영권이지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할 문제가 아니다.”

-AI·로봇 도입으로 기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노동자의 우려도 있는데.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도입하지 못하면 결국 기업 자체가 어려워진다. AI나 로봇 도입에 따른 직무 변경이나 고용 문제는 노사가 논의할 수 있지만 기술 도입 여부 자체를 노조가 결정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산업혁명 때도 기계가 들어오면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반발했지만 결국 새로운 산업과 직업이 생겨났다. AI 시대에도 단순 업무는 줄겠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필요한 것은 기존 근로자와 청년들이 새로운 직무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숙련인력을 키우는 것이다.”

-정부도 노란봉투법 시행령을 손보기로 했는데.

“시행령을 구체적으로 만들면 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을 지금보다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급식, 청소 등은 원청 사용자성 인정 대상이 아니라고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를 막더라도 또 다른 논리로 들어올 여지가 있기 때문에 시행령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노란봉투법 2조 자체를 다시 개정하는 것이 정답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쳐야 할까.

“두 가지다. 우선 개정 노조법 2조 중 직접 근로계약이 없더라도 실질적·구체적인 지배관계가 있으면 사용자로 인정한다는 부분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 공장 신설이나 대규모 투자, AI·로봇 도입처럼 명백히 기업 경영권에 해당하는 부분은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법 개정 논의가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까.

“법을 개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문제가 나타났다면 고쳐야 한다. 정부가 시행령과 지침을 먼저 손볼 수는 있겠지만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동자 권리 보호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할 수 있는 범위도 명확해야 한다. 지금처럼 기준이 모호하면 노사 모두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

◇이동근 상근부회장은…

△1957년생 △연세대 행정학과 △미국 밴더빌트대 경제학 석사 △동국대 행정학 박사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및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무역투자실장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현대경제연구원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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