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길고 강해진 폭염…도심 녹지 늘려 기온 낮추고 예보 정교화해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24일, 오전 05:31

[박문수 세종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원다연 기자] 여름철 40도 안팎의 더위는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닐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넘어선 지구열대화로 폭염의 빈도와 강도뿐 아니라 지속기간까지 늘어나는 만큼 대응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하루 최고기온 중심의 예보에서 벗어나 폭염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는지와 시민이 도심에서 실제로 노출되는 열을 정교하게 측정하고, 장기적으로는 도시 녹지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구열대화가 초래한 중위도 기상 시스템의 정체

지구열대화가 진행되면서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했다. 이 과정에 적도 지역보다 극 지역이, 해양보다 육지의 평균기온이 각각 더 상승했다. 그 결과 적도와 극지방 사이의 온도 차이가 줄어들면서 과거보다 적도 지방의 열 에너지가 극지방으로 덜 이동하게 됐다.

적도에서 극으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통로인 제트기류는 예전보다 극으로 이동하며 약해졌다. 극지방에는 주기가 4~5개의 주기적 진동을 하는 파동이 있어 중위도 지방의 날씨를 조절하지만 주기성이 약해졌다. 극지방의 성층권에 있는 극소용돌이가 북극의 한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 역시 약해졌다.

제트기류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위도 지방에서는 주기적으로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고,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며 기온을 조절해 왔다. 하지만 온난화 영향으로 최근 제트기류가 우리나라 북쪽으로 올라가며 우리나라 주변에 시스템을 이동시키는 힘이 사라졌다.

시스템이 주기적으로 남북으로, 동서로 각각 이동해야 흐린날과 맑은 날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데 주기성이 약해지다 보니 폭염이 한번 발생하면 10여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나타났다. 한파도 과거 2~3일이면 끝났는데 이제는 일주일 이상 이어지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지구열대화와 시스템 정체가 유발한 올해의 기록적 폭염

폭염에 대해선 큰 규모의 시스템과 중간 규모의 시스템, 작은 규모의 시스템을 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올해 경남 양산의 폭염 기간 동안 북태평양 고기압이 경상남부 주변에 고기압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높은 기온을 보였다.

동해안과 남해안의 평균 수온은 27도 이상을 기록해 최근 10년 대비 1.0도 가량 높았다. 반면 중부 지방에는 정체전선이 형성돼 강하고 많은 강수가 있었다.

남부 지방과 같은 넓은 영역의 폭염은 큰 규모의 시스템으로 설명할 수 있다. 특히 양산에서 가장 높은 온도가 나타났는지를 보려면 보다 작은 시스템의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폭염 지역에는 서풍 계열의 바람이 불었고 서풍이 양산 폭염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반적으로 맑은 날 주간에는 태양복사에너지를 받아 기온이 올라가고 야간에는 지표에서 열이 방출돼 기온이 내려간다. 만약 주간에 받은 에너지보다 야간에 에너지를 덜 방출하면 그 다음날 기온이 올라가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기온이 내려가게 된다.

남부 지방에서는 고온의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시스템이 일주일 이상 정체하고 있었고, 주간 열흡수가 야간 열방출보다 많은 날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며 기온이 순차적으로 높아졌다.

양산은 서풍 또는 북서풍의 바람이 부는 마지막 위치로 양산보다 동쪽에 위치한 지점은 해풍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양산보다 서쪽 지역에서 누적된 열에너지의 이동과 양산에서 추가된 열에너지가 합쳐져 양산이 다른 지점보다 높은 값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마치 서쪽과 동쪽으로 연결된 가마니를 서쪽부터 감게 되면 동쪽으로 갈수록 점점 커지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 관측 자료를 보면 지난 2일 오후 1시 26분에 이전에는 서풍이 불며 기온이 꾸준히 상승해 42.5도를 기록한 이후 남풍의 바닷 바람이 들어오며 기온이 떨어졌다.

기상학적으로 넓은 나라,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넓지 않지만 기상학적 관점에서는 매우 넓은 나라다. 지난해 강릉 가뭄 기간 동안 한쪽에서는 가뭄이, 다른 한쪽에서는 폭우가 내려 물난리를 겪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남부 지방에서는 폭염이 한창인데 중부 지방은 홍수를 겪는다. 지난 8~9일 동해안은 폭우가 내렸지만 남부지방은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태백산맥이나 소백산맥 등 큰 산맥을 사이에 두고 날씨가 크게 달라지는 탓이다. 지난해 강릉 가뭄사태를 예로 들면 서풍이 지속적으로 부는 경우 태백산맥의 서쪽인 영서 지방에는 비가 제법 왔지만 태백산맥을 넘으며 비를 소진하고 동쪽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발생했다.

사막과 같은 평지라면 넓어도 날씨가 비슷하지만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가르는 백두대간이 있다. 한북정맥이나 한남정맥과 같은 정맥이 대체로 동서로 이어져 있고, 정맥마다 지맥이 있어 우리가 사는 동네 뒤까지 이어져 있다. 이 때문에 풍향이 바뀔 때마다 산이나 산맥을 기준으로 풍상측(바람이 불어오는 쪽)과 풍하측(바람이 불어가는 쪽)의 날씨가 달라지는 것이다.

산맥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둘러싼 바다도 기상에 매우 복잡한 역할을 한다. 제주의 경우 가운데 솟아 있는 한라산으로 인해 제주의 날씨와 서귀포의 날씨가 매우 다르다. 가운데 높이 솟아 있는 한라산으로 인해 제주는 기상학적으로 더 넓은 섬으로 변한 것이다.

서울 전지역에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휴대용 선풍기를 사용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전지역에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휴대용 선풍기를 사용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일상화될 장기간 극한 폭염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지구열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적도와 극지방 온도차 완화, 제트기류의 북상과 시스템의 약화는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어느 순간을 선택하면 지역 별 편차는 크게 나타나게 된다. 어떤 지역에는 제트기류가 덜 북상해 시스템이 원활하게 이동하고, 어떤 지역은 더 북상해 시스템이 정체돼 있을 것이다. 전세계 어떤 지점에서는 극한 폭염이 발생하게 되고, 어떤 지점에서는 극한 호우와 극한 가뭄을 겪게 된다.

폭염의 양극화는 한반도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시스템 정체에 따라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양산의 최고기온 기록 이전 최고기온이었던 2018년 홍천의 41.0도 역시 동풍이 부는 환경에서 만들어졌고, 그 당시에도 강릉 지역은 30도 초반 대를 기록해 폭염의 양극화 상태였다.

평균기온이 올라가 과거보다 더운 날이 일상화 될 뿐만 아니라 폭염의 뉴노멀 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특히 시스템의 정체로 어떤 지점에서는 폭염의 지속시간이 길어지며 폭염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하루 최고기온을 중심으로 한 예보체계를 폭염의 지속기간까지 반영하는 방식으로 정교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심에서 시민이 실제로 느끼는 열을 파악할 수 있도록 관측값을 다양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도시 녹지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응도 변화하고 있지만 기후변화가 그보다 빠른 만큼 예보체계도 달라져야 한다”며 “기온뿐 아니라 폭염의 지속기간 등을 반영해 예보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상청 관측기온은 지상 1.5m 높이의 녹지에서 측정한 값이어서 시민들이 도심에서 실제로 느끼는 열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며 “관측값을 다양화하고 정교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도시 녹지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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