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은 바다가 폭염·열대야·폭우 불러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24일, 오전 05:46

[이데일리 염정인 기자] 올 여름 나타난 이례적인 더위의 배경 중 하나로 ‘뜨거워진 바다’가 꼽힌다. 통상 바닷바람은 달궈진 육지를 식히는 역할을 하지만 올해는 해수면 온도가 크게 상승하면서 이 같은 냉각 효과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3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한반도 전역에 폭염이 쏟아진 지난 1~7일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온도는 전 해역에서 같은 기간 평년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서해는 29.77도로 평년(26.25도)보다 3.52도 높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남해는 29.37도로 평년(27.13도)보다 2.24도, 동해는 26.87도로 평년(25.02도)보다 1.85도 각각 높았다.

해수면 온도는 지난달 하순부터 서해와 남해를 중심으로 빠르게 올랐다. 해당 기간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최근 10년(2017~2026년) 중 서해(25.6도)와 남해(27.6도) 모두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이중 열돔’과 남서풍에 따른 고온다습한 공기 유입 그리고 해수면 온도 상승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삼중 압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달 초 수도권에서 나타난 무더위는 서해가 뜨거워진 영향이 더해졌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은 “당시 서풍 계열이 바람이 불어들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이른바 ‘찜통 더위’가 나타났다”며 “서해를 지난 공기가 더 덥고 축축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높은 해수면 온도는 습도를 끌어올려 밤더위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해수면 온도가 1도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는 약 7%씩 많아진다”며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의 온도가 일부 29~30도에 이를 정도로 뜨거워지면서 습한 공기가 밤사이 기온 하강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평소 여름철 해풍 영향으로 다소 선선한 부산에서도 이례적인 고온이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부산의 낮 최고기온은 38.8도로 1904년 근대 기상관측 이후 가장 높았다. 이어 지난달 30일 38.3도, 이달 2일 38.0도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기온 상위 3개 기록이 모두 올해 새로 쓰였다. 종전 기록은 2016년 8월 14일의 37.3도다.

전문가들은 당시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부는 바람이 강해 해풍 자체가 약했던 데다 높은 수온까지 겹치면서 바다의 냉각 효과가 제한됐다고 분석한다.

올해 제주에서 최장 35일까지 이어진 열대야에도 높아진 수온의 영향이 컸다. 이 센터장은 “제주는 섬이어서 해양의 수증기 효과를 많이 받는다”며 “야간 수증기가 많아 열대야가 전국 최고 수준으로 나타난다. 올해는 뜨거워진 바다의 온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편 뜨거워진 바다는 ‘괴물 폭우’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지난 16~17일 경남 거제에는 단 이틀 만에 평년 여름철 전체 강수량과 맞먹는 총 927.6㎜의 비가 쏟아졌다. 같은 기간 통영의 누적 강수량도 752.1㎜에 달했다.

이 비는 남쪽의 덥고 축축한 공기가 강한 바람을 타고 급격히 유입되면서 쏟아졌는데, 뜨거워진 바다의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문수 세종대 기후환경융합과 교수는 “당시 높아진 해수면 온도로 남동풍 계열의 바람이 뜨거웠다”며 “바다가 뜨거워지면 대기 중 수증기량도 늘어나 비의 강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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