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사진=본인 제공)
학과장 A씨는 학생회장 B씨가 게시한 대자보 등으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생각해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비상연락망에 있던 B씨의 성명, 주소, 휴대전화번호를 확인한 뒤 이를 고소장에 기재해 경찰에 제출했다. 문제는 학생들과의 연락 등 학과 업무를 위해 수집·관리하던 정보를 학과장이 자신의 고소를 위해 이용했다는 점이었다.
A씨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고소는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권리 행사의 하나이고, 고소를 하려면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특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쟁점은 이러한 개인정보 이용이 개인정보 보호법이 동의 없는 이용을 허용하는 사유 중 하나인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였다.
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A씨가 B씨를 고소하는 것 자체를 부당하다고 본 것은 아니었다. 핵심은 고소를 위해 B씨의 주소와 휴대전화번호까지 이용할 필요가 있었는지였다.
법원은 B씨의 성명과 ‘C대학교 D학과 학생회장’이라는 지위만 기재하더라도 피고소인을 충분히 특정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비상연락망에서 B씨의 주소와 휴대전화번호까지 확인해 고소장에 기재한 것은 고소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개인정보 이용이라고 봤다. 결국 이러한 개인정보 이용은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서 특히 눈여겨볼 점은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이용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해서개별 개인정보의 이용이 모두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개인정보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실제로 필요한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더 적은 개인정보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보다 많은 개인정보를 이용한 부분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업무를 하다 보면 고객이나 거래 상대방의 주소와 연락처 등 다양한 개인정보를 보유하게 된다. 이후 분쟁이나 민원 등에 대응하면서 그 정보를 활용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 이때 이미 보유하고 있는 정보이고, 이를 활용할 만한 이유도 있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각각의 정보가 그 목적을 위해 실제로 필요한지까지 보다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이용해야 할 상황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이때 “왜 필요한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디까지 필요한가”를 묻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정보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이용해야 적법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세진 변호사 △고려대학교 전기전자전파공학 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 석사 졸업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前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前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문변호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문변호사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자문위원(디지털/IT분과)△사단법인 벤쳐기업협회 자문위원 △한국핀테크지원센터 혁신금융 전문위원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