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사건, 뒷북 수색에 피해자 주검으로…"성인실종 대응 구멍"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24일, 오후 07:19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제주 실종 여성 장미란 씨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5월 최초 실종 신고가 담당 경찰에 의해 허위로 종결된 지 3개월여 만이다. 경찰은 뒤늦게 실종 사건에 대한 전수 조사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개선에 나섰지만 ‘장윤기 사건’에 이어 잇따라 경찰 부실 수사 논란이 터지면서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경찰이 24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된 장미란씨 시신 현장을 보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이 24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된 장미란씨 시신 현장을 보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 경찰’ 셀프 종결 298건…실종 관리 시스템 구멍

24일 제주경찰청은 이날 오전 한림읍 인근에서 합동 수색 중이던 경찰이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정밀 감식은 진행 중이지만 발견된 시신의 인상 착의가 실종 당시 장씨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장씨의 범죄 연루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21일부터 장씨를 찾기 위해 해경 등에서 140여명을 동원하고 드론, 헬기, 경비함정 등을 투입돼 합동 집중수색을 벌였다. 지난 5월 최초 실종 신고가 신고를 접수한 부모 경장에 의해 허위 종결됐단 의혹이 커지자 이뤄진 뒷북 수색이다. 장씨는 경찰의 뒤늦은 수색 끝에 실종 3개월여 만에 주검으로 돌아왔다.

부 경장은 지난 5월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거짓말한 뒤 사건을 자체 종결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관리 목록상에서도 장씨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경찰은 부 경장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부 경장은 장씨 사건 외에도 지난달 60대 남성 실종 사건에 대해서도 자체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남성 역시 실종 신고 51일 만인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부 경장은 이날 긴급체포에 대한 적부심을 신청했고 법원은 긴급체포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부 경장을 석방했다. 그럼에도 부 경장의 실종 사건 허위 종결로 인한 피해자가 더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씨 사건처럼 부 경장이 셀프 종결한 사례는 현재 2건으로 파악됐다. 현재 그가 담당했던 298건을 전수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실종 사건으로 점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또 담당 경찰이 실종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있는 현행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개선에도 나섰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실종 시스템상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며 “현재 담당자가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부분을 신속하게 개선하고 개선되기 전까지는 수기로 팀장, 과장 결재 후 종결토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예규상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실종 상태를 풀려면 해제 사유를 적고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한다. 실종자를 직접 만나거나 전화 등 다른 방법으로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원칙이다. 그런데도 지난 5월 실종된 장씨에 대해 부 경장은 사건을 임의 종결하고 관리 목록에서 삭제했다.

경찰청은 현재 담당자가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관리자가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해제 사유와 조치 내용을 확인한 두 최종 승인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고 있다. 실종 사건에 대한 관리 강화를 위해 사건 해제까지 시스템상 이중장치를 도입하겠단 것이다.

장미란(37)씨 등 실종자 허위 종결 사건으로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제주 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24일 오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제주지법에서 열리는 체포적부심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장미란(37)씨 등 실종자 허위 종결 사건으로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제주 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24일 오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제주지법에서 열리는 체포적부심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성인 실종 관련 시스템 ‘부재’…대응 제도 만들어야

한편 이번 제주 실종 사건에 대한 부 경장의 허위 종결 배경에는 성인 실종에 대한 안일한 태도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과 함께 성인 실종 관련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의 ‘연도별 실종아동 등 가출인 접수 및 해제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실종 신고는 연간 7만건 안팎으로 18세 미만 아동 실종 신고의 2배를 웃돈다. 지난해 성인 실종 신고는 7만 814건 접수됐다. 다만 상당수(7만 591건)가 해제 사건으로 처리됐다. 그렇다보니 통상적인 가출로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관리에 구멍이 뚫렸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직접 대상으로 규정하는 범위는 실종 당시 18세 미만인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 등이다. 일반 성인은 경찰청 예규인 ‘실종아동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서 ‘가출인’으로 분류돼 관리돼 실종 아동 등에 비해 체계적인 수사와 적시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성인 실종의 99%가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단 1%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수색하는게 국가와 정부의 의무”라며 “채권자의 추적이나 스토킹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그대로 보완책을 마련하고 성인 실종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권한이 더욱 확대되는 경찰은 최근 ‘장윤기 사건’에 이어 실종 사건에 대한 부실 대응까지 연이어 불거지며 경찰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경찰이 내놓고 있는 수사 신뢰 확보 개선책들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며 “완전히 바뀌겠다고 각오로 강력한 외부 통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종성인 접수건보다 해제가 많은 것은 전년도에 접수된 건을 포함. 그래픽= 김정훈 기자)
(실종성인 접수건보다 해제가 많은 것은 전년도에 접수된 건을 포함. 그래픽=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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