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생사 오가는데 의사가 비용 걱정해야 하나"[신의열전]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26일, 오전 06:01

[의정부=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심장이 멈춘 젊은 산모 A씨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응급실로 실려 왔다. 의식은 없었고 동공도 풀려 있었다. 혈압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정성철 의정부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에게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적용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성철 의정부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사진=의정부성모병원)
정성철 의정부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사진=의정부성모병원)
정 교수가 환자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하지만 젊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정 교수는 기적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에 에크모를 적용했다.

산모는 제왕절개까지 받은 상태라 출혈도 심했다. 에크모를 적용한 상태에서 출혈까지 겹치면 치료는 더욱 어려워진다. 정 교수는 환자를 자신의 이름으로 중환자실에 입원시키고 치료를 이어갔다.

기적은 일어났다. 혈압이 조금씩 돌아왔고 에크모도 떼어냈다. 의식까지 완전히 회복한 산모는 결국 퇴원했다. 정 교수는 “내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이 환자를 돌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보람이 있고 이 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 북부 응급 심장환자 지키는 ‘최후의 보루’

정 교수는 관상동맥과 판막질환을 중심으로 심장수술을 담당한다. 의정부성모병원에는 의정부뿐 아니라 양주·파주·가평 등 경기 북부 곳곳에서 중증 심장환자가 몰려든다. 특히 응급 심장질환은 촌각을 다투는 사안이라 경기 북부지역에서 중증 심장환자가 발생하면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가 많다.

정 교수에게 이런 생활은 일상이었다. 심장수술을 담당하는 의사가 자신밖에 없던 시절에는 10년 가까이 주말에도 마음 놓고 경기 북부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족과 나들이를 가더라도 연락을 받으면 1시간 안에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당직이 아니더라도 응급 심장수술이 생기면 병원으로 향했다.

그는 “워라밸 수준은 완전히 바닥이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해 큰 불만은 없었다”고 했다. 심장수술 담당 전문의를 1명 더 충원하면서 옛날보다 사정은 나아졌지만 전공의가 없어 중증 환자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여전하다.

열악한 환경에도 정 교수는 심장혈관흉부외과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환자가 호전되는 모습을 보면 ‘이래서 흉부외과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성철 교수가 환자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사진=의정부성모병원)
정성철 교수가 환자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사진=의정부성모병원)
◇“살리려고 쓴 에크모인데”…의사 옥죄는 삭감

다만 정 교수가 환자를 치료하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심사에서 비용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다. A씨가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면 에크모 사용 비용을 인정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만에 하나라도 살릴 수 있으니까 각종 처치를 하는 것”이라며 “A씨가 내 가족이었다면 무조건 에크모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치료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료비를 삭감하고 그 부담을 의사에게까지 전가한다면 누가 적극적으로 치료를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심장수술에 사용하는 수술기구도 치료재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의료진의 손을 거쳐야 했던 과정을 줄여주는 기구도 일부는 건보적용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수술시간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도구의 사용 비용을 오롯이 병원이 떠안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를 하기 위해 발전한 의료기구를 사용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비용 보전이 안되는 점은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의사의 치료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생사를 오가는 환자 앞에서 의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오직 ‘이 환자를 살릴 수 있느냐’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살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환자 앞에서 의사가 비용 걱정을 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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